[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최근 제2, 제3 금융권의 자금줄이 씨가 마르면서 저신용자들이 카드사로 몰리고 있다.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등 ‘급전’ 창구 역할을 했던 곳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환 기간이 짧은 대신 금리가 훨씬 높은 현금서비스 이용금액이 크게 늘었다. 급전을 구하지 못해 20%에 달하는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카드 현금서비스를 찾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마저도 갚지 못해 돌려 막기로 지탱하는 이들이 많은데다, 현금서비스 이용은 차주들의 신용등급도 떨어뜨려 악순환을 만든다는 점이다. 이들의 연체율이 높아지면 카드사들의 부실도 키울 수 있지만, 카드 현금서비스 문턱까지 높이면 저신용자들의 자금줄이 끊길 수 있어 금융당국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금서비스 이용액 증가하는데, 평균 60%가 18~20%대 금리
2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8개 전업카드사는 전월 현금서비스 이용실적이 있는 회원들 중 평균 60%가 넘는 이들에게 18~20%대의 높은 금리를 적용했다. 10명 중 6명이 넘는 이들이 18%가 넘는 법정 최고 금리를 적용받은 것이다. 해당 비율은 롯데카드가 52.17%로 가장 낮았으며, 비씨카드가 76.72%로 가장 높았다.
최근 고금리의 카드대출은 현금서비스를 중심으로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카드대출 이용액은 50조8000억원으로 전년(54조원) 대비 5.9% 감소했다. 장기카드대출에 해당하는 카드론 이용액이 3조3000억원(12.8%)나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기간 단기카드대출에 해당하는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오히려 늘었다. 새로 현금서비스를 받은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00억원 증가한 28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현금서비스는 다음 달 결제일에 바로 갚아야 하는 단기대출을 의미한다. 상환기간이 짧기 때문에 비교적 신용점수에 구애받지 않고 빌리기 쉬워 중·저신용자들의 ‘급전 창구’로 꼽힌다. 단 금리가 카드론에 비해 10% 후반대로 훨씬 높고 신용점수에 타격도 크다.
신용 7~9등급도 ‘급전’ 찾아 카드사로
문제는 급전을 구하지 못해 카드사 현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돌려 막기로 지탱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면 신용등급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어 악순환이 야기된다. 실제, 각 사별로 내부 고객 신용 평가기준에 따라 등급을 다르게 구분하는데, 더 낮은 등급에 더 많은 고객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KB국민카드에서 직전 월 중 현금서비스 이용실적이 있는 회원들 중 63.49%가 신용등급 7등급에 해당했다. 현대카드도 가장 높은 35.51%가 신용등급이 7등급에 분포했다. 하나카드의 경우에도 7등급 고객이 25.06%로 가장 많았으며 8등급엔 2.18%, 9등급엔 0.48%의 현금서비스 고객이 분포해있기도 했다.
통상 신용점수 600점 이하, 신용등급 7~8등급의 경우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게 상식이었지만 더 이상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내부 기준에 따른 신용등급이기 때문에 KCB와 나이스 등 외부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과 일대일로 대응되긴 어렵다”며 “외부 등급 기준으로 보면 한 구간에 대출자들이 몰려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의 대출문턱이 너무 높아 카드대출로 급전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2금융권의 대출 문턱은 이미 매우 높아진 상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상호저축은행의 가계대출은 39조9496억원으로, 지난해 10월 말 41조에 육박하던 가계 여신 규모가 크게 줄었다. 연말부터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리자 대출 문턱을 높이며 긴축 기조를 유지해온 영향이다.
대부업체의 자금 공급도 얼어붙고 있다. 대부업체들은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오는데, 법정 최고금리 20%에 막혀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는 지경이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자금력이 상당한 우수 대부업자 마저도 지난해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이 2조5785억원으로 6개월 전(2조6529억원)보다 744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여신전문 금융사들의 연체율 관리에도 큰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섣불리 대출 문턱을 높였다가 서민들의 자금줄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에 다각적인 모니터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