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대상 사업장 망해도 보고서에 ‘정상’ 쓴 운용사 적발…사모펀드 위법 백태 [투자360]
금융감독원.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시공사 부실로 인한 공사 미진행 상황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현장 실사 요청에도 엉뚱한 정상 사업장에 데려간 사모운용사가 적발됐다. 또 펀드 자금을 가족법인에 몰래 보내거나 해외주식 상장폐지로 인한 수백억 상당의 손실을 감춘 운용사들도 함께 발견됐다.

금융감독원은 1일 사모운용사 전수검사 과정에서 정보 비대칭을 이용한 투자자 기망, 도관체(통로 역할)를 이용한 대주주 편익 제공 등 다양한 위법·부당 행위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A운용사는 투자 대상 사업장의 공사가 시공사 부실로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음을 알고서도 공사가 정상 진행되고 있다고 자산운용보고서에 허위로 기재했다.

해당 대체 펀드 투자자들은 펀드가 정상 운용되고 있다고 착각해 다른 대체 펀드에 대한 추가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또한, A운용사는 일부 기관투자자의 요청으로 실시한 현장 실사에서도 부실 사업장과 무관한 정상 사업장에 데려간 것으로 드러났다.

B운용사는 대주주인 가족 법인이 자금난에 처하자 도관체를 통해 특수관계자에게 펀드 자금을 송금하는 방식으로 고객 재산을 사유화했다.

운용 중인 특별자산 펀드에서 부실이 발생하자 특별자산 펀드 간 '자금 돌려막기'를 통해 부실을 은폐하기도 했다.

아울러 국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거짓 기재된 문서를 이용해서 한 재단으로부터 200억원을 유치한 뒤 이 자금 일부를 기존 특별자산 펀드가 편입한 부실 사모사채 상환에 쓰다가 환매 중단 사태를 빚었다.

부적격 운용사들이 투자 손실을 은폐한 사례도 있었다. C운용사는 현재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등록유지 요건인 최저 자기자본(7억원) 수준에도 이르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200억원 규모로 투자한 해외주식이 상장 폐지돼 6개 펀드에서 평가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자산운용보고서로 투자 손실을 은폐했다.

D운용사는 펀드 또는 고유재산에서 부동산 사업 관련 대출을 취급하면서 법정 최고이자율(20%) 제한을 위반했다. 부동산 개발회사에 최고 166.7%의 고리 대출을 중개한 뒤 중개 수수료를 챙기기도 했다.

금감원은 "고객 자금의 충실한 운용을 통해 국민 자산 증식, 나아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게 자산운용업의 본질임에도 금융회사 지위(라이선스)를 사유화해 불법·부당 행위를 일삼는 것은 심각한 범죄 행위"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부적격 운용사들에 대한 퇴출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252개사이던 사모운용사는 지난 6월 기준 376곳으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사모펀드 수탁고는 438조4000억원에서 577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최근 3년간 사모운용사 156개사가 신규진출했으나 퇴출(자진폐지, 등록취소 등)된 운용사는 4개사에 불과하다. 지난 5월 말 기준 9곳이 최저 자기자본 유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음에도, 투자 수탁고가 남아 있어 펀드 이관 등 투자자 보호 절차로 퇴출이 지연되는 사례가 많다.

이에 금감원은 조직적인 고객 이익 훼손 행위나 횡령 등 펀드 재산을 사유화하는 중대한 법규 위반에 대해서는 즉시 퇴출(원스트라이크 아웃)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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