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함은 현대, 잠수함은 대우’ 도식 흔들려

한화오션, 차기 호위함 수주 0.1422점 앞서

HD현대중공업, 1.8점 감점 ‘패널티’ 치명타

HD현대, 방사청 디브리핑·이의신청 가능성

‘수상함 명가’ 자존심 싸움…한화오션 웃고, HD현대 울었다[신대원의 軍플릭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이 맞붙은 8000억원 규모의 해군 차기 호위함 5~6번함 건조 수주 경쟁에서 한화오션이 우선협상자로 14일 선정됐다. 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에서 한화오션이 전시한 울산급 호위함 모형.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이 맞붙은 8000억원 규모의 해군 차기 호위함 5~6번함 건조 수주 경쟁에서 한화오션이 웃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14일 “울산급 Batch-Ⅲ 5~6번함 건조사업의 우선협상자로 한화오션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최종점수 91.8855점을 획득해 총 91.7433점을 얻은 HD현대중공업보다 0.1422점 앞섰다.

HD현대중공업은 총 100점 중 80점을 차지하는 기술능력평가에선 오히려 0.9735점 앞섰지만 과거 불공정 행위에 따른 ‘페널티’ 1.8점 감점이 독이 됐다.

울산급 Batch-Ⅲ는 해군에서 운용중인 구형 호위함(FF)과 초계함(PCC)을 대체하는 차기 호위함이다.

3600t급으로 5인치 함포와 한국형 수직발사체계, 대함유도탄방어유도탄, 함대함유도탄, 전술함대지유도탄, 장거리대잠어뢰 등을 장착한다.

국내 기술 개발한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MFR)도 장착한다.

MFR 레이더는 이지스레이더와 같은 4면 고정형 위상배열레이더로 전방위 대공·대함 표적 탐지·추적 및 다수의 대공 표적에 대한 동시 대응이 가능하다.

지난 4월 진수식을 가진 1번함 ‘충남함’(FFG-828)의 경우 첨단과학기술을 집약한 복합센서마스트(ISM) 방식을 적용했다.

복합센서마스트는 4면 고정형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와 적외선 탐지추적장비 등을 포함한다.

이번에 한화오션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5~6번함은 더욱 향상된 기능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울산급 Batch-Ⅲ 1번함이자 선도함인 충남함은 HD현대중공업, 2~4번함은 SK오션플랜트(옛 삼강M&T)가 각각 수주한 바 있다.

차기 호위함은 통상 한 척당 4000억원에 달하는데 저가입찰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SK오션플랜트가 3000~3500억원을 제시해 2~4번함 수주를 따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후 방사청은 가격경쟁력 비중을 낮추고 기술력 중심 제안서 평가로 선정방식을 변경하기도 했다.

울산급 Batch-Ⅲ 5~6번함 수주 경쟁은 군과 방산업계 안팎에서 일찍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수상함 최강자’를 내건 HD현대중공업과 ‘수상함 명가 재건’을 내세운 한화오션의 자존심 건 한판 승부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뒤 HD현대중공업과 벌인 첫 번째 ‘진검승부’로, 향후 국내 군함 사업의 향배를 좌우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됐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에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측이 치열한 신경전을 펼친 배경이기도 하다.

이번에 한화오션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그동안 군과 방산업계 안팎에서 격언처럼 여겨져 온 ‘수상함은 HD현대중공업, 잠수함은 대우조선해양’이란 도식도 흔들리게 됐다.

‘수상함 명가’ 자존심 싸움…한화오션 웃고, HD현대 울었다[신대원의 軍플릭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이 맞붙은 8000억원 규모의 해군 차기 호위함 5~6번함 건조 수주 경쟁에서 한화오션이 우선협상자로 14일 선정됐다. 지난 4월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진수식을 가진 차기 호위함 1번함인 ‘충남함’(FFG-828) [헤럴드DB]

특히 HD현대중공업이 이번에 기술능력평가에선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20년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직원들이 대우조선해양의 설계도면을 은닉·유출해 1.8점 감점을 적용받아 결국 고배를 들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부터 3년간 모든 방산사업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1.8점 감점을 적용받게 되는데 오는 2025년까지 불리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해군 차기 호위함은 HD현대중공업이 선도함을 연구개발한 사업이기도 하다.

선도함 연구개발업체가 후속함 건조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도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기술점수 등에서도 앞서고도 보안감점으로 수주에 실패했다”며 “앞으로도 보안감점이 넘을 수 없는 벽이라면 함정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 측이 이번 결과와 관련해 제안서 평가 점수와 평가 이유 등 설명을 요청하는 ‘디브리핑’과 이의신청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방사청은 업체의 디브리핑 요청시 절차에 따라 군사보안과 경쟁업체의 영업비밀 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세부 평가 결과와 평가 사유, 향후 제안시 보완요구 사항 등을 설명해야 한다.

또 이의가 있을 때는 디브리핑 실시 3일 이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일각에선 대우조선해양 인수 뒤 ‘방산업계 공룡’으로 부상한 한화 측의 독과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화 쏠림 현상 가속화가 가시화되면 잠수함에 이어 수상함 독과점 체제가 우려된다”면서 “공정하고 상생가능한 방산생태계 조성을 위한 후속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