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앞에 장사 없다” 삼성 반도체, D램·파운드리 조직 재정비한 이유는? [비즈360]
황상준(왼쪽) 신임 D램개발실장 부사장과 정기태 신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CTO 부사장.[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 악화로 인해 거듭된 적자가 예상되는 삼성 반도체가 개발 조직 쇄신을 통한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조직과 기술 개발 역량을 끌어올려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모두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 DS 부문은 전략마케팅 조직에서 근무하던 황상준 부사장을 새로운 D램개발실장으로 임명했다. D램 개발실 산하 설계팀장은 오태영 부사장, 선행개발팀장은 유창식 부사장이 각각 맡는다.

D램개발실 조직도 세분화했다. 기존에는 D램개발실 산하에 D램설계1팀, D램설계2팀, I·O팀, 선행개발팀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러나 D램개발실 아래 설계팀과 선행개발팀으로 분리하고 설계팀에는 3개 그룹을 뒀다.

파운드리사업부에서도 인사가 있었다. 신임 파운드리 최고기술책임자(CTO)로 기술개발실장이었던 정기태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이 선임됐다. 정 CTO의 자리에는 구자흠 파운드리기술개발실 부사장이 낙점됐다.

이같은 삼성전자의 인사에는 사상 최악 수준의 저조한 실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으로 삼성전자는 ‘실적이 있는 곳에 상을 준다’는 신상필벌의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분기 기준 3조~4조원이 대규모 적자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업을 책임지는 경영진 인적 쇄신과 보직 교체를 통해 내부 분위기를 다잡을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 악화로 인해 인텔에 반도체 판매 1위(파운드리를 제외한 칩 브랜드 회사 기준) 자리를 내주는 등 안팎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매출은 89억2900만달러(약 11조8000억원)로, 전체 2위를 기록했다.

지난 연말 인사에서 큰 폭의 인사가 없었다는 점도 이번 개편에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중순 수십명의 대규모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인사를 이례적으로 낸 이후, 정작 연말 정기 인사에서는 개편이 소폭에 그쳤다. 시점상 조직 구성을 한 차례 더 재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후문이다.

“실적 앞에 장사 없다” 삼성 반도체, D램·파운드리 조직 재정비한 이유는? [비즈360]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기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제조 라인 내 직원 모습.[삼성전자 영상]

삼성이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그동안 강조해왔던 ‘기술’ 에 방점을 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번 인사에서 정비된 D램개발실은 삼성 반도체의 주력인 D램 차세대 제품을 연구하는 곳이다. 삼성전자는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한 고성능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시대에 수요가 증가하는 차세대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HBM 제품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이 시장에서 점유율이 앞서는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차세대 D램 제품을 선도할 필요성이 내부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파운드리 역시 글로벌 시장 1위인 대만의 TSMC와의 경쟁에서 추격의 발판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번 재정비로 삼성은 2㎚(나노미터·1㎚은 10억분의 1m) 이하 최첨단 공정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