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조선업계, 하반기 치열한 수주경쟁 예고
MSC, LNG 선박 6척 발주 놓고 한·중 조선사와 협상
에버그린 메탄올선 삼성중공업이 수주 앞서
“인력난 해소·초격차 기술 개발 서둘러야”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업황 호조와 선가 상승 효과로 하반기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중국 조선사들과는 한층 더 치열한 수주 맞대결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글로벌 최상위권 선사들이 초대형 선박 발주를 잇따라 예고하고 있어 ‘한·중 수주전’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1위 선사 MSC는 조만간 8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LNG(액화천연가스)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을 최소 6척 이상 발주할 계획이다. LNG 이중연료 추진선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 중 하나로 꼽힌다. 이와 관련 MSC 고위 관계자들이 현재 한국과 중국의 대형 조선사들과 협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MSC는 덴마크의 머스크와 함께 해운업계의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지난해 글로벌 선복량(배에 실을수 있는 화물의 총량) 점유율에서 머스크를 제치고 1위를 탈환하면서 자존심을 세웠다. 이달 초 프랑스의 해운조사기업 알파라이너 집계에서는 글로벌 점유율을 18.7%까지 끌어올리면서 2위 머스크(15.3%)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국내 해운기업 HMM은 3%의 점유율로 8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MSC는 더 많은 운반선 확보를 위해 발주 선박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를 위해 한국과 중국의 조선사들을 눈여겨 보는 상황이다. 국내 조선소가 기술력에서 크게 앞서 있지만,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중국 조선소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대만계 선사이자 글로벌 점유율 6위인 에버그린 역시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24척에 대한 발주가 임박한 상황이다. 총 발주액 규모만 40억 달러(약 5조3000억원)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1척당 선가 역시 1억7500만 달러(약 2300억원)를 상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전에서 현재까지 삼성중공업이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 상황은 한국에 좀 더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해운업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친환경 선박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오는 2030년까지는 해상 운송 화물의 25%를 친환경 연료선으로 대체하기로 했으며, MSC도 LNG선과 메탄올 연료선을 동시에 도입하며 친환경 선박 비중을 높이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유엔(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 역시 이달 개최 예정인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80)에서 탄소연료 사용시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로 인한 전체 부담금 규모가 800억 달러(약 101조7500억원)에 달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글로벌 선박 가격이 급등하고 국내 조선업계의 인력난 등이 이어질 경우 저가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조선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영국의 시황 전문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70.1포인트로 전년 동기 대비 10.03포인트 상승하며 연중 최고치를 돌파했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LNG 선박 수주 점유율에서 29.7%를 기록하며 2021년(7.8%) 대비 4배 가까이 급증한 바 있다. 반면 한국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92.2%에서 67.9%로 하락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는 2027년까지 업계 전체에 4만3000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 인력난에 숨통이 트여야 중국과의 수주 장기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 확대 등 국가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면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 확보를 위해 민관 합동으로 연구개발(R&D)과 투자 등 전략적인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