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올해 상반기 IPO(기업공개) 시장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코스닥 중·소형주의 무대였다. 상장 기업 수가 크게 늘었고, 새내기들의 주가 흐름 역시 양호했다. 다만, 코스피 ‘대어’의 부재로 공모 금액은 대폭 감소했다. 하반기에는 코스피 대어들이 상장예비심사 청구 및 상장을 예고하고 있고, 상장 당일 ‘따따블’이 가능해지면서 IPO 시장이 본격 활황을 보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소형주 순항…‘대어’ 부재 아쉬워=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 종목은 전년 상반기 대비 10개 이상 늘었다. 28일 기준 58개로 시큐센(29일 상장), 알멕(30일 상장), 오픈놀(30일 상장)을 더하면 61개로 늘어난다. 전년 상반기 상장 종목은 48개다.
증시 ‘새내기’들의 주가 흐름 역시 양호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닥 시장 신규상장 종목 중 15영업일 지난 종목을 편입하는 ‘KRX 포스트 IPO 지수’는 연초 대비 45.85% 상승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IPO 시장이 활기를 찾았고 상장 기업들의 색깔이 바뀌고 있다”며 “작년만 하더라도 IPO에 성공하는 건 제조 중심의 중소형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많았지만, 지금은 AI 신약 개발, XR(확장현실), 메타버스 등 IT와 결부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이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스닥 중·소형주 위주로 상장이 이뤄지면서 공모 금액은 크게 줄었다. 리츠(REITs)와 스팩(SPAC)을 제외하면 코스피 상장은 단 한 건도 없었고, 최대어 기가비스도 공모 금액이 953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서 상반기 총 공모 금액은 13조8083억원에 달했고,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해도 1조58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올해 공모 금액은 전체 9801억원으로 상장 종목 수 증가에도 전년 대비 감소했다.
공모 금액이 줄어들면서 공모주 펀드 설정액도 줄줄이 감소했다.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공모주펀드의 순자산은 3조5606억원이었지만 이달 27일 2조9930억원까지 줄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을 끌 만한 대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반기, 조 단위 대어·따따블이 활황 이끄나=시장에서는 대어들이 코스피 입성을 대거 앞두고 있어 하반기 활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정용 강관 제조 전문 기업인 넥스틸은 23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아 올해 첫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유가증권시장 상장은 지난 12월 바이오노트였다.
올해 코스닥 시장을 이끌었던 에코프로 그룹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13년 만에 첫 공기업 상장을 추진 중인 서울보증보험도 각각 4월과 6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이 밖에도 두산로보틱스, 엔카닷컴, 동인기연 등이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상장 종목의 가격 변동 폭이 60%~400%로 확대된 점도 기대 요인이다. 기존에는 공모가격의 90∼200% 내에서 호가를 접수해 결정된 시초가를 기준으로 개장 이후 다른 종목과 동일한 가격제한폭(-30∼30%)을 적용해 왔다.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업무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하면서, 상장 당일 공모가의 60∼400% 내에서 주가가 움직이도록 변경됐다.
29일 상장하는 시큐센부터 ‘따따블’이 가능해지며, 기술특례기업 중엔 30일 상장하는 오픈놀이 처음으로 이에 도전한다.
김윤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일 시장 변동성 확대 조치로 시초가부터 따따블 수익이 가능해지면서 투자자들은 상장 후 장내거래에 앞서 공모 청약 참여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며 “2분기 이후 에코프로 머티리얼즈, 두산로보틱스, 서울보증보험 등 비교적 큰 규모의 기업이 상장예비심사 청구에 나서기 시작한 점도 긍정적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