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어우, 짜!”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베이커리가게. 자리에 앉아있던 50대 여성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굵은 소금이 빵 위에 그냥 붙어있어”라고 하자, 옆에 있던 20대 딸이 한 마디 건넸다.
“소금빵은 그 짠맛으로 먹는거야.” 소금빵은 최근 디저트가게나 베이커리전문점을 장악한 빵이다. 소금이 들어간 반죽에 토핑으로 소금을 올리고, 종류에 따라 햄·치즈를 넣어 또 한 번 소금량을 늘린다. 소금빵의 인기에 최근엔 ‘소금 버터롤’, ‘소금 버터링’ 등의 응용제품까지 나오고 있다.
‘단짠’ 이어 ‘맵짠’…쾌락 부르는 짠맛
소금빵이 특히 젊은 층에게 유행하는 이유는 ‘맛있기 때문’이다. 기존 세대에 비해 가공식품과 배달음식의 짠맛에 길들여진 젊은층은 이제 어느 정도 짠맛이 느껴져야 ‘맛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소금은 단맛을 포함한 모든 맛을 끌어올린다. 이는 소금의 장점인 동시에 우리가 계속 짜게 먹도록 만드는 치명적 단점이기도 하다.
나트륨 섭취 감소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력하고 있는 싱겁게먹기실천연구회에 따르면, 실제로 짠맛은 뇌의 중추에서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조절해 즐거움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짠맛이 쾌락반응을 유발하는 것인데 이것이 ‘소금 중독’의 시작이다. 짠 음식을 먹었을 때 즐거움(쾌락)을 기억하는 ‘소금 취향(salt preference)’ 단계를 지나, “짠맛은 맛있는 것”이라고 갈망하는 ‘탐닉(gluttony)’ 단계로 진행되면서 결국 소금 중독(addiction)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MZ세대에게 인기인 ‘단짠(달고 짠) 음식’은 이러한 소금 탐닉에 빠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단짠 음식을 먹고 있으면 단맛이 짠맛을 부르고 짠맛은 다시 또 단맛을 부르면서 섭취가 반복되기 쉽다. 과식은 물론, 과도한 나트륨과 당분을 섭취할 수 있는 ‘엄청난’ 유혹이다. 최근에는 매운맛의 강세로 ‘단짠’의 인기가 ‘맵짠(맵고 짠)’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미국의 유명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마이클 모스는 저서 ‘음식중독’을 통해 “달고 짠 음식이 술과 담배 보다 중독성이 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했다. 그는 “우리 몸이 달고 짠 음식에서 느낀 쾌감을 기억하기 때문에 포만감이 들어도 계속 그 음식을 갈망한다. 쾌락을 느끼면 다시 갈망하는 순환이 중독의 핵심이고, 기업들은 바로 이러한 점을 이용해 이윤을 창출한다”고 꼬집었다.
심장질환·뇌졸증까지…위험한 ‘소금 중독’
단짠이나 맵짠 음식이 아니더라도 한국인은 이미 충분한 나트륨을 먹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인의 1일 나트륨 섭취량은 평균 3038㎎으로 조사됐다. 여전히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2000㎎)을 훌쩍 넘는다.
국제단체 세계소금과설탕건강운동본부(WASSH)의 자료에 따르면 소금이 많은 식단은 혈압을 서서히 올려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킨다. 또 골다공증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위를 손상시키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감염도 더 쉽게 만든다.
“‘솔티 식스(Salty Six)’ 음식을 줄여라”
싱겁게먹기실천연구회의 설립자인 김성권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는 소금 섭취를 줄이기 위해 ‘솔티 식스(Salty Six)’ 음식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솔티 식스에는 ▷빵 ▷피자 ▷스프 ▷샌드위치 ▷가공육 ▷치킨이 해당된다.
김 교수는 “이전보다 한국인의 고기와 빵 섭취가 증가하고 있는데, 나트륨 기여도가 높은 솔티 식스 음식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라면, 국수, 냉면, 찌개 등의 국물 섭취 줄이기 ▷쇼핑시 식품의 영양표시 확인하기 ▷과식 습관 고치기를 권장했다.
김 교수는 “외식을 자주 하면서도 나트륨 섭취가 적은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식사량이 적다는 공통점이 있다.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먹더라도 먹는 양이 과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