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디토(Ditto·찬성)와 비토(Veto·반대)'로 갈등이 첨예한 세상 속 먹고 사는 이슈를 탐구합니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다시 대폭락이 온다 그렇게 생각해야 할까요? 저는 그렇게 극단적으로 안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유튜브 채널 '쇼킹부동산'의 5월27일자 영상.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유튜버 '쇼킹부동산'의 '태세 전환'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해 초반까지 몇년간 이어진 집값 급등 국면에서 '집값 폭락론'을 주장해왔던 대표적인 유튜버입니다. 구독자가 50만명에 육박하는 인기 유튜버이기 때문에 부동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번쯤 그 이름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최장수 국토교통부 장관이자, 집값 폭등의 책임자인 김현미 전 장관이 구독한 유튜버로도 알려진 바 있는데요, 당시 너무 편향된 시각으로 시장을 분석하는 유튜버만 구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쇼킹부동산' 유튜버는 더 이상 '폭락론'을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집값이 올해 초 급락 국면에서 충분히 빠질만큼 빠졌고, 그 같은 기회를 다시 잡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죠.
그가 지난 2일 올린 '벌써 이러면 안되는데'라는 제목의 영상을 보면 "서울 아파트 반등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5개월 동안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회복이 나타났다"고 진단하는데요, 앞으로는 갭투자 수요의 증가로 집값이 추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전세대출 금리가 하락해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 전세가가 상승, 갭투자 유입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입니다.
반등하는 집값…저금리·저규제·저공급 '3저(低)'가 온다
실제 집값은 하락이 멈추고 일부 반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주일 전에 비해 0.04% 상승했습니다. 2주 연속 상승입니다. 주로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반등세가 강하고, 신고가를 기록하는 아파트도 나올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업계를 대상으로 '앞으로 집값이 어떻게 될 거 같냐'를 물어 산출한 주택 매매가격 전망지수도 1년래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거래량이 많지는 않은 '눈치보기 장세'이기 때문에 대세 상승을 말할 수는 없는 단계입니다.
다만 시장을 둘러싼 거시적인 환경이 집값 하락에 불리한 국면으로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금리, 규제강도, 공급물량이 낮은 이른바 '3저(低)'입니다.
"작년말 대출받은 사람만 불쌍"…3%대까지 떨어진 주담대 금리
가장 먼저 금리입니다. 금리는 지난해부터 집값 하락을 일으킨 핵심 요인이죠. 지난해 말, 올해 초 대출을 받거나, 금리가 갱신돼 7%대를 넘는 높은 금리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적잖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를 정점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은행권 예금금리는 4.24%로, 고점이었던 지난해 12월 4.63%대비 0.39%포인트(p) 떨어졌습니다. 낮게는 3%대로도 대출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금리 인상이 시작되기 전 2%대였던 것과 비교하자면 여전히 많이 높지만, 높은 금리에 심리적으로 적응하는 수요자들이 늘어난데다, 작년 말과 같은 금리 상승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출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죠.
실제 주담대는 다시 늘고 있습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월 말 주담대 잔액은 509조6762억원으로 한 달 전(508조9827억원)보다 6935억원 늘었습니다. 그 전까지 3개월 연속 줄어들다가 금리가 낮아지니까 다시 늘어난 것입니다.
3~4%대 금리로 대출해주는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정책대출상품도 금리인하를 거들었습니다.
5년간 26번 대책 낸 文정부 vs 1년 만에 대부분 푼 尹정부
또 다른 요인은 규제 완화입니다. 지난 정부는 집권 5년 동안 26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아 비판을 받았는데요, 현 정부는 집권 1년여만에 그 규제 상당수를 풀었습니다.
우선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용산구 4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했습니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 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규제가 완화되고, 다주택자 양도세,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등도 가벼워집니다.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도 사라지고, 분양권 전매 제한도 완화되죠.
규제지역 해제 효과 외에도, 생애최초 주택 구입은 LTV 80%까지 주담대가 가능하도록 풀어줬고,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역대 최대인 18.61% 낮춰 세부담을 덜어줬습니다.
재건축 같은 개발 사업의 경우 안전진단 문턱을 낮췄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개편하기로 했습니다.
정부가 규제를 해제한 명분은 크게 두가지였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수요를 막는다며 실수요자까지 과도하게 규제한 것을 정상화하겠다는 것 하나,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집값이 떨어지는 과정에서 '경착륙'을 막겠다는 명분이 다른 하나입니다.
규제 완화가 주효했는지 집값 '경착륙'은 멈췄습니다. 문제는 경착륙을 막는 것을 넘어서 집값이 다시 이륙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겠죠. 이에 규제를 너무 섣부르게 다 풀어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망치질 소리가 멈췄다…반토막 나버린 아파트 공사
마지막 요인은 공급인데, 이 역시 집값 안정에 긍정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분양 경기 악화로 건설사들이 집을 안 짓고 있기 때문이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주택 인허가는 12만3371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16만842호) 보다 23.3% 줄었습니다. 착공도 6만7305호도 지난해보다 43.2%나 줄었고, 특히 서울은 60% 가까이 줄었습니다.
이는 현재 착공 물량이 완공되는 2~3년 후 주택 시장에 공급난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나마 3기 신도시가 순차적으로 착공과 분양을 해 공급난을 덜어줄 것으로 보입니다.
"연착륙시킨다더니 집값 다시 올리고 있나"…뿔난 무주택자들
집값이 다시 오르면서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연착륙시킨다더니 집값을 올리고 있냐"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집값 수준은 2년 전인 2021년 4월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5월29일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90.7로 2021년 4월19일과 같습니다. 그때는 집값이 낮았었나요? 당시도 자산가격 버블, 물가 상승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솔솔 나오던 때였고, 실제 넉달 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집값은 이후에도 계속 올라 지난해 지수가 100으로 정점을 찍은 뒤에야 평균적으로 10% 하락한 것입니다. 세간에서 농담 삼아 비유하듯 "5억 짜리가 10억됐다가, 9억 되면 하락이냐?"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죠.
현 정부는 '집값 안정'이란 수사를 사용하며, 아직까지 '집값 하락'을 위한 정책을 제대로 선보인 것이 없습니다. 금리만으로도 집값이 자연스레 하락했기 때문에 굳이 인위적인 정책을 펼 이유가 없었던 거죠. 오히려 집값이 너무 빨리 떨어져서 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착륙을 막는 '안정 정책'에 더 치중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집값은 다시 반등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현 정부가 목표로 하는 '집값 안정'이 무엇인지, 그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명확히 밝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