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폭력에 상처받는 아이들…‘달라진 학폭’ 처벌은 애매
한 중학교 학생들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용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언어폭력이 학교폭력의 주요한 유형이 됐다. 그러나 위해가 드러나지 않아 학교 내부에서도 상황을 인지하기 어렵고, 형사처벌 기준이 뚜렷하지 않아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학교폭력 건수는 지난 2013년 1만8000여 건에서 지난해 6만3000여 건으로 재택수업이 많았던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증가했다.

특히 2013년 5.5%에 불과했던 ‘언어폭력’은 2021년 25.9%로 4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66.9%에서 35.9%로 감소한 ‘신체 폭력’과 대조적이다.

교육부의 ‘2022 학교폭력 1차 실태조사’에서도 ‘언어폭력(41.8%)’은 초·중·고에서 가장 빈번한 유형으로 나타났다. 언어폭력으로 인한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해도, 가해자를 수사해 처벌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실제 지난 11일 학폭 피해 유서와 기록을 남기고 사망한 천안 고교생 김상연(18) 군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도 피해를 입증할 증거를 수집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김군은 수첩에 3년간 신체 비하, 출신 지역 비하 등 각종 트집과 함께 학급 단체메신저에서 배제되는 등 피해를 봤다고 적었다.

경찰은 “김군의 경우 아동·정서학대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데 수첩 내용만으로는 구체적인 피해를 입증하기 어렵다”며 “김군의 수첩 내용과 유족 주장이 달라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언어폭력과 따돌림에 대한 학교 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눈에 띄지 않고, 외적인 상처를 입히지 않기 때문에 학교나 관계기관이 감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법조계 관계자는 “언어폭력을 입증하는 일이 쉽지 않으므로, 신고와 해결이 이뤄질 수 있는 실질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