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호 기자] 국내 원유관련 펀드에서 정방향·역방향(인버스) 상품 모두 지난 1년간 ‘자금 순유출’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유가격이 기나긴 박스권 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향후 상하방 전망에 대한 전문가 의견도 갈리면서 원유 관련 펀드의 투자매력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의 국내 원유관련 정방향 펀드 4개와 역방향 펀드 2개(이상 상장지수펀드 포함)에서 모두 자금이 순유출됐다. 범위를 연초이후로 좁혀봐도 6개 중 5개 상품에서 자금 순유출이 나타났다.
수익률은 자금유출이 극심한 역방향 상품에서 오히려 1년 기준 15~18% 두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지난해 상반기 유가상승에 따른 매수세가 남아있어 자금유출이 비교적 작은 정방향 상품은 1년 기준 수익률이 –26%까지 떨어졌다.
이같은 현상은 국제유가의 상방향을 가늠하기 힘들고, 원유 특유의 변동성이 떨어지면서 투자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연말이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70~80달러선에 갇힌 박스권 장세를 지속한데다, 경기침체 정도를 알 수 없어 향후 유가 향방에 대한 확신이 없는 만큼 불확실성이 짙어졌다”면서 “향후 어느 쪽으로든 변동성 커져야 다시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선물사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원유 관련 상품 투자자들은 위험성향이 큰 특성상 정방향에서 수익실현 후 역방향으로 대거 옮기거나, 반대의 경우가 많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방향·역방향 모두 순유출이 일어난 것은, 원유에 대한 투자매력도가 떨어지면서 현금보유를 선호하거나 다른 상품을 찾아 이탈한 투자자들이 많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향후 방향성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리고 있다. 올해 연말 경기침체가 올지, 온다면 얼마나 크게 올지 의견이 분분해, 경기 방향성 자체가 불투명한 만큼 원자재 시장 수급만으로는 전망이 어렵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을 예상하는 쪽은 석유수출국기구플러스(OPEC+)의 감산과 하반기 중국 리오프닝에 기대를 보이는 반면, 유가 하락을 전망하는 쪽은 경기가 지금보다 악화돼 감산으로 가격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원유 수요를 뒷받침할만한 경기회복이 어렵다고 본다면, 미국 전략비축유 수요를 감안해도 유가가 연말까지 제한적인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면서 “경기가 연착륙이 아니라 경착륙으로 악화할 경우, 유가가 팬데믹 시기처럼 일시적으로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