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온몸에 대소변 흔적…손 걷고 관리”
십시일반 사비 걷어 강아지 진료 맡기기도
주말엔 사무실 찾아 복돌이 산책
“근무 시간만 되면 짖지도 않고 얌전해”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복돌이가 사무실로 왔을 때는 힘도 없고 늘 풀 죽어 있었어요. 직원들이 다 같이 챙겨주니까 3주 정도 돼서는 먼저 다가가기도 하고 활기도 되찾고, 다행이었죠.”
서울동부지검에서 근무하는 임소현 수사관의 말이다. 임 수사관은 올해 3월 말부터 지난달 20일까지 사무실에서 ‘복돌이’와 함께 생활했다. 복돌이는 벌금 체납자 A씨가 지난 3월 30일부터 구치소에서 머무르는 동안 수사관들이 맡은 반려견이다. 임 수사관은 2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주인 없이 낯선 곳에서 적응을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서는 산책을 가자고 (직원들에게) 조르는 모습도 보여서 사랑스러웠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절도 혐의와 업무 방해 혐의로 인한 벌금 190만원을 납부하지 않아 수배령이 떨어졌다. 이후 올해 3월 서울 한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A씨의 신원을 조회한 뒤 구치소로 이송했다.
임 수사관과 함께 복돌이를 돌봐준 서형호 수사관은 “A씨가 노숙 생활을 전전하면서도 강아지는 꼭 곁에 데리고 다녔던 것으로 들었다”며 “구치소로 이동하는 순간에도 강아지의 상태를 매우 걱정했다”고 말했다.
주인 곁을 떠나 검찰청에서 둥지를 텄지만, 복돌이의 건강 상태는 좋지 않았다. 그러나 복돌이의 건강을 걱정하던 직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사료를 구매하고 동물병원으로 데려가는 등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서 수사관은 “복돌이가 있었던 가방에 대소변이 남아있어 악취가 심했다. 털도 1년정도 깎지 않은 상태에서 온몸에 대소변이 붙어있었을 정도”라며 “건물 샤워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복돌이를) 씻겼지만, 냄새가 가시지 않아 3번 정도 더 씻었다. 방치된 털도 직원들이 손수 바리캉을 챙겨 (복돌이의) 털을 다듬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눈이 심하게 충혈돼 있어서 동물병원에도 두 차례 정도 데려갔다. 이후 사료도 사무실에 구비해 꾸준히 관리하다보니 건강 상태도 금세 호전됐다”고 덧붙였다.
복돌이는 예정된 시간보다 더 일찍 직원들 곁을 떠났다. A씨가 정식재판회복청구를 한 탓에 예정된 구금 기간보다 약 15일 정도 일찍 출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식재판회복청구는 약식명령이 있을 때 해당 재판에 볼복하는 이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공시송달 등)로 인해 정식재판청구의 제기기간 내에 상소를 하지 못할 경우 법원에 서면으로 정식재판의 회복을 구하는 소송행위를 의미한다.
임 수사관은 “복돌이가 걱정되는 나머지 주말에도 사무실을 찾아 (복돌이와) 산책을 하기도 했다”며 “실제로 복돌이를 데려가 키울까 고민하던 직원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일할 때면 짖지도 않고 얌전히 있을 만큼 눈치도 빠른 강아지였는데, 막상 우리 곁을 떠나니까 시원섭섭했다. 우연히 길을 걷다가 마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임 수사관은 “검찰청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다시는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래도 A씨가 복돌이를 데려갈 당시 ‘고맙다’는 말을 연거푸 하는 모습을 보고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구나’라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