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갚기 시작했다” 생보사 주담대 54% 증가…손보사는 2배↑[머니뭐니]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지난해 보험사들이 가계에 빌려준 주택담보대출이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연체금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아직 안정적 수준이기는 하지만, 추후 경기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대출 건전성 관리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의 가계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32조83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 주택담보대출은 1년 전보다 3.7%(1조1693억원) 늘어난 것으로,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금액은 764억원으로 나타났다. 금액 자체가 비교적 적고 대출금액 대비 연체금액 비중도 0.23%로 양호한 수준이지만, 증가 폭이 컸다.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30.6%, 21.8% 감소세를 보였는데, 지난해에는 54.7% 급증하며 3년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손해보험사가 내준 가계 주택담보대출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택담보대출이 2.3%(4218억원) 증가한 18조4488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금액은 2배 가까이(91.8%) 폭증해 527억원으로 늘어났다. 손보사 주택담보대출 연체금액은 2018년 이후 4년 만에 증가세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취급한 가계 주택담보대출 연체가 늘어난 것은 지난해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제때 빚을 갚지 못한 차주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보사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2021년 12월 4.14%에서 2022년 12월 6.11%로 2%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1년 전(1.08%포인트)보다 연간 상승 폭은 약 2배 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보험사로 눈을 돌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늘어났었다”며 “대출 자체가 늘면서 연체금액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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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보험사의 경우 신회계제도가 도입되도 여전히 금리 상승 위험에 노출돼 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비,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갭을 줄일 것을 권고 하고 있다. [연합]

문제는 주택담보대출이 보험사의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부터 보험업계에 적용된 신(新)지급여력제도(K-ICS)는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일반대출(비약관대출) 보유에 따른 금리리스크를 보다 높게 인식한다. 앞서 보험연구원은 K-ICS 도입 후 일반대출 금리리스크가 생보사는 2.6배, 손보사는 2.3배 증가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보험사들도 주택담보대출 건전성 관리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 연체율이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국내외 시장 불확실성 확대 및 회계·지급여력 제도 변화 등에 따라 건전성 관리가 최우선인 상황”이라며 “향후 금리도 불확실하고 경기도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전반적으로 대출 건전성을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특정 기관·부문에 대한 대출 ‘쏠림’을 경계하면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 리스크와 관련,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면서도 “특정 금융기관이라든가 특정 부분에 지나치게 연체율이 증가하는 상황으로 인한 불안감을 야기하거나, 특정 기관의 건전성 이슈가 생기는 부분들에 대해 중점적으로 챙겨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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