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감산 결정 직후 작년 3월 이후 줄곧 하향곡선을 그려온 D램 현물가격이 약 400일 만에 반등했다. 삼성전자의 감산으로 D램 업황 개선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올 하반기 D램 가격이 본격 상승할 것이란 '낙관론'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 주가 반등세가 어느 수준까지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의 조사 결과 ‘DDR4 16기가비트(Gb) 2600’ D램의 현물 가격은 3.235달러로 전날보다 0.78% 올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생산해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이 제품의 현물 가격이 전날 대비 상승한 것은 7.873달러로 0.17% 오른 작년 3월 7일 이후 401일 만에 처음이다.
전체 D램 거래의 10% 남짓을 차지하는 현물 거래의 가격은 실수요자 중심의 당일 거래에 쓰인다. 기업 간 중장기 대량 거래에 사용되는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현물가격 추세가 수개월 뒤 고정거래가격에 반영되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물가격이 1년1개월 만에 반등한 데는 지난 7일 삼성전자의 ‘인위적 감산’ 선언이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시차를 두고 고정거래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실제 감산 효과는 3∼6개월 후에 나타난다. 시장에서는 하반기부터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메모리 가격 하락세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으로 이르면 올 3분기, 늦어도 내년 1분기엔 D램 가격이 상승 전환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 시점이 한두 분기 정도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IBK투자증권(9만원), BNK투자증권(8만7000원), 하이투자증권(8만3400원), 키움증권(8만원), 신영증권(7만9000원), 유진투자증권(7만8000원), 다올투자증권(7만5000원) 등이 7일 이후 목표가를 올려 잡았다.
여기에 외국계 증권사들까지 흐름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HSBC가 8만8000원으로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했고, 미즈호(8만원), 골드만삭스(7만7000원) 등도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높였다. 이 밖에 씨티(8만7000원), JP모건(7만5000원), 노무라(7만1000원), 모건스탠리(7만원) 등도 삼성전자의 감산으로 인해 업황 회복이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시티글로벌마켓증권은 지난 7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주가를 3가지로 세분해 제시하기도 했다. 우선 제시한 목표가는 8만7000원이다. 다만, 긍정적(Bull) 시나리오를 충족할 경우 주가는 10만2000원, 부정적(Bear) 시나리오에서는 4만8000원이 가능하다고 봤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이 내려진 7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사들인 삼성전자 주식 액수는 1조4821억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