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정보 합성어…위성·특수 장비 활용한 감청
최근에는 해킹 등 테킨트도 급 부상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미국 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을 도·감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외교적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이번 도청이 이른바 '시긴트(SIGINT·신호포착)'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보 수집 방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긴트는 ‘시그널(signal)’과 ‘정보(intelligence)’를 결합한 용어로 위성이나 특수장비를 활용해 통신이나 통화 내용을 감청하는 방법을 말한다. 정보요원이나 내부 협조자 등 직접 인간 정보원을 접촉해 정보를 수집하는 휴민트(HUMINT)와 함께 대표적인 정보 수집 방식으로 꼽힌다.
시긴트는 다시 크게 레이더 능력을 이용한 전자정보수집(ELINT)과 통신의 내용을 파악하는 통신정보 수집(COMINT)으로 나뉜다.
미 국가안보국(NSA)는 “미국 지도자들이 우리나라를 방어하고 생명을 구하며 미국의 목표와 동맹을 전 세계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가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시긴트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NSA는 미국의 시긴트 정책 원칙에 대해 “국제 테러리스트와 외국 세력, 조직 또는 개인에 대한 정보 수집으로 제한한다”고 밝히고 있다. 자국민에 대한 감시에 시긴트가 활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지만 동맹국에 대한 정보 수집에 대해서는 정치적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에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정보나 첩보수집 방식은 갈수록 기술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영상정보나 신호정보, 흔적정보, 계측 정보 등의 방법을 포함한 ‘테킨트(TECHINT)’도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과학의’ 또는 ‘기술의’를 뜻하는 ‘Technical’과 ‘정보’를 의미하는 ‘Intelligence’가 결합한 단어다.
지난 2013년 6월7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첨단기술을 이용한 사이버 해킹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면서 ‘테킨트’가 미중 갈등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 군부 등이 미국의 주요 정보망을 대규모로 사이버 해킹 당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시 주석은 “중국도 피해자”라고 맞섰다.
이후 NSA가 운용하는 전 세계 첩보 감시망 ‘프리즘’의 존재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홍콩매체와의 인터뷰에서 “NSA가 2009년 이후 홍콩과 중국의 표적 수백 건에 대해 해킹을 해왔다”고 폭로하면서 ‘테킨트’는 또다시 국제 정치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도 NSA에 해킹업무를 담당하는 특수작전실(TAO)이 존재한다는 폭로를 했다. FP에 따르면 메릴랜드주에 본부를 둔 NSA 본부 건물의 외진 곳에 위치한 TAO에는 1000여명 정도의 컴퓨터 해커와 하드·소프트웨어 디자이너 등이 근무하면서 중국의 컴퓨터와 통신시스템에 15년에 걸쳐 침입해 핵심정보를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