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文, 야구장 시구 때마다 선보인 ‘이곳’ 운동화, 왜?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KBO 정규시즌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개막전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일 “‘국정의 방향과 목표가 오직 국민’이라는 초심을 다시 새기게 된다”며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발이 닳도록 뛰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구 서문시장에서 개최된 ‘서문시장 100주년 맞이 기념식’에 참석해 대선 후보 당시 서문시장 유세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문시장에는 부인 김건희 여사도 함께 했다.

취임 후 윤 대통령 부부의 서문시장 방문은 이번이 3번째, 전통시장 방문은 11번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26일, 김 여사는 올해 1월11일 각각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특히, 대구 서문시장은 ‘보수의 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 고비 때마다 서문시장을 찾아 응원과 격려를 얻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윤 대통령의 대구 방문 역시 정부가 최근 내수 활성화 ‘드라이브’를 건 상황에서 민생 동향을 살피는 동시에 핵심 지지층 결집을 통한 국정동력 회복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서문시장에서 격려와 응원을 힘껏 받았다”며 “선거일 바로 전날 마지막 유세에서 서문시장이 보내준 뜨거운 지지와 함성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힘이 난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서문시장을 방문했을 때도 “제가 어려울 때도 우리 서문시장과 대구시민들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며 “기운 받고 가겠다”고 했다.

대일외교 후폭풍…尹대통령, ‘보수 성지’ 대구行으로 돌파? [용산실록]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일 대구 서문시장 인근에서 열린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

실제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태다.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 현지 언론에서 독도‧위안부 언급, 후쿠시마산 수산물 및 오염수 관련 논의가 있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국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수차례 “독도·위안부 논의는 없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에 들어올 일 없다”고 일축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부정적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30%, 부정평가는 60%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지난달 21~23일)보다 긍정평가가 4%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지난해 11월 4주차 조사(30%) 이후 최저치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의 이유 모두 1위는 ‘외교’였다. 긍정평가 이유 2위는 ‘일본 관계 개선’, 부정평가 이유 2위는 ‘일본 관계·강제동원 배상문제’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집권 2년차 국정과제인 노동·연금·교육개혁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할 일은 국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이라며 “부당한 지대 추구에 혈안이 된 기득권 세력이 아니라 열심히 땀 흘리는 국민 여러분께서 잘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 법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두고 ‘주 69시간’ 등 논란이 이는 가운데, 국민적 호응을 얻었던 강성 기득권 노조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대일외교 후폭풍…尹대통령, ‘보수 성지’ 대구行으로 돌파? [용산실록]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1일 대구 서문시장 인근에서 열린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

윤 대통령은 또, “대구시민의 땀과 눈물이 담긴 역사의 현장인 서문시장에 이러한 우리의 헌법정신이 그대로 살아있다”며 “왜 정치를 시작했고, 왜 대통령이 되었는지,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일해야 하는지 가슴 벅차게 느낀다”고 말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한 지역 전통시장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다. 앞서 윤 대통령이 지난 29일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매진할 것”이라며 “전통시장을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데 이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서문시장은 우리의 문화유산”이라며 “1923년 대구 물산장려운동을 시작으로 6.25 전쟁과 대구 2.28 민주운동, 섬유산업의 성장 등 대구의 파란만장한 역사 한가운데에서 서문시장은 늘 시민과 함께해 왔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도 묵묵히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문시장이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수출 드라이브와 함께 내수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만큼, 서문시장과 같은 전통시장들이 손님들로 붐비고 더욱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일외교 후폭풍…尹대통령, ‘보수 성지’ 대구行으로 돌파? [용산실록]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전에서 시구하고 있다. 타자는 NC 박민우, 포수는 삼성 강민호. [연합]

서문시장 기념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구 라이온스파크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NC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전에서 ‘깜짝 시구자’로 나서기도 했다.

WBC 야구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 윤 대통령은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부터 공을 건네받아 시구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공을 던져 타자인 NC 박민우 선수의 헛스윙을 유도했고,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이 야구장을 찾은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현직 대통령이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시구자로 나선 것은 28년만으로, 지난 1982년 전두환 대통령, 1995년 김영삼 대통령에 이어 역대 3번째기도 하다. 개막전이 아닌 경기에서 시구를 한 것은 전두환·김영삼·노무현·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에 이은 6명째고, 횟수로는 8번째(김영삼 전 대통령 3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