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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지만, 육아는 특히 워킹맘에게는 지옥(hell)처럼 고된 일이기도 합니다. 일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워킹맘들의 고충과 도움이 되는 정보를 담겠습니다. 제보는 언제든 적극 환영합니다.

“돌봄교실 떨어졌다, 학원뺑뺑이도 못 버텨”…직장맘
초등학교에서 아침·저녁돌봄과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늘봄학교'가 시범운영을 시작한 올 3월2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연수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 부산의 초1 학부모 A씨는 올해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학교 돌봄교실에서 탈락했다는 문자를 받고 패닉 상태가 됐다.

A씨는 "워킹맘인데 일을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학원을 돌리는 게 최선일지, 지역아동센터나 또 다른 기관을 알아봐야 하는지, 초1인데 벌써 학원을 3개나 돌려야 하는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 경기도의 한 맞벌이 학부모인 B씨도 돌봄교실에 떨어져서 벌써부터 걱정이다. 학기 중에는 학원에 보내면 간신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지만, 방학 때는 아직 어린 초1이라 장시간 학원에 보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돌봄교실 이용자가 방학까지 이어지며, 방학 때만 새로 돌봄신청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B씨는 "돌봄교실에서 떨어지면 퇴사와 경력단절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이 맞벌이 가정의 현실"이라며 "저출산을 걱정하기 전에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초등학교 3학년 두 자녀를 둔 서울의 학부모 C씨의 고민은 더욱 크다. 학교의 돌봄교실이 1~2학년만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C씨는 "3학년도 아직 어린데, 돌봄교실 대상에서 제외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초 3~4학년 정도까지는 돌봄을 확대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C씨는 “아이가 하교 후 집에 들렀다가 학원을 가도록 했는데, 간식도 미리 챙겨놓아야 하고 혼자 잘 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며 “제대로 된 돌봄시스템이 갖춰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매년 3월 ‘도돌이표 돌봄전쟁’…직장맘 "승진은 이미 포기, 매일 살얼음판"

“돌봄교실 떨어졌다, 학원뺑뺑이도 못 버텨”…직장맘
[연합]

매년 3월 학기 초에는 어김없이 맞벌이 가정에 '돌봄 전쟁'이 시작된다.

돌봄교실에 들어갈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탈락할 경우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하기 때문이다.

또 막상 돌봄교실에 다니더라도 걱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서울의 한 맞벌이 학부모인 이모 씨는 올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내고 있다. 하지만 첫날부터 하교시간에 제때 오지 않았고, 이후 돌봄 선생님께 4시 하교를 당부하는 문자까지 보냈는데도 하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씨는 "돌봄교실만 보내면 괜찮을 줄 알았다"며 "계속 휴가를 낼 수도 없고 불안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아이돌보미서비스도 있지만, 지역마다 편차가 커서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해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지만 해법은 수년째 마련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돌봄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지만, 당장 공급 대비 수요가 많은 상황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초4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 씨는 "조부모에 의지해 간신히 육아를 해왔는데, 이제는 조부모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됐다"며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아직까지 육아문제로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일하면서 아이 돌보기가 굉장히 어려운 곳이 한국 현실인데, 저출산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 아니냐"며 "육아를 해보니 직장인으로서 포기해야 할 것도 많아 승진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라고 말했다.

초2 자녀를 둔 최모 씨는 맞벌이를 하다가 육아 문제로 결국 퇴사를 한 경우다.

최 씨는 "초등학교 입학이 워킹맘들이 가장 많이 퇴사라는 시기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막상 겪어 보니 내 일이 됐다"며 "조부모나 친척 등 도움이 없이 혼자 육아를 하면서 일을 하는 것은 한국에서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돌봄교실 ‘수요’ 많은데, ‘공급’은 부족…‘민원’ 해마다 증가

“돌봄교실 떨어졌다, 학원뺑뺑이도 못 버텨”…직장맘

맞벌이 가정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려면,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후 돌봄교실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돌봄교실 관련 민원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3년 간(2020년~2022년) 돌봄교실 관련 민원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에는 3년 전 보다 민원이 45% 이상이나 증가했다.

돌봄교실 관련 민원은 2020년 2228건, 2021년 2530건, 2022년 3245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또 권익위가 최근 3년2개월 간(2020년 1월~2023년 2월) 민원분석시스템에 수집된 '돌봄교실' 관련 민원은 총 8731건인데, 입학 및 개학기간인 1~3월 민원이 전체의 33.7%를 차지했다.

민원 내용은 ▷돌봄교실 증설 요청 ▷돌봄 대상자 선정 관련 이의제기 ▷돌봄교실 운영 개선 요구 ▷돌봄전담사에 대한 불만 등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민원은 돌봄교실에서 탈락한 데 따른 증설 요청이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가정의 학부모들은 돌봄교실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적다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다. 수요는 많은데, 돌봄교실 수용 인원이 적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지만, 돌봄 증설계획은 뾰족한 대안이 없이 세월만 흘러가고 있는 실정이다.

대상자 선정이나 운영 관련 불만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돌봄교실은 학기 초 정해진 인원만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어, 중간에 갑작스런 사정이 생겨도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 방학 때도 학기 초부터 이용한 학생들만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고, 도시락을 챙겨가야 하는 경우가 많아 맞벌이 가정의 부담이 크다.

필요한 날만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등 탄력적인 이용도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대부분 돌봄 대기자가 많아 매일 이용하지 않으면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다.

이처럼 돌봄교실이 제한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것은 학교 측이 ‘돌봄은 학교 본연의 업무가 아니다’는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공간이나 인력 등의 문제로 돌봄 인원 확대가 달갑지 않고 현실적으로도 어렵다고 말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학교들은 방학 중에도 최소 인원만 급식 제공없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는 학교에 일시적인 돌봄 수요에 대한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며 “돌봄이 제도화돼야 하는데 겉돌아서 문제”라고 말했다.

돌봄교실 대기만 1.5만명, ‘학원’으로…‘늘봄학교’가 대안?

“돌봄교실 떨어졌다, 학원뺑뺑이도 못 버텨”…직장맘
초등학교에서 아침·저녁돌봄과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늘봄학교'가 시범운영을 시작한 올 3월2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연수초등학교에서 1학년 신입생들이 늘봄학교의 세부 프로그램인 '초1 에듀케어'에 참여하고 있다. 에듀케어는 정규 수업 이후 방과 후 학교 참여까지 틈새 시간대에 돌봄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연합]

안정적인 돌봄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학부모들은 자연스레 학원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돌봄 공백이 이른바 '학원 뺑뺑이'로 이어져 사교육비가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지는 셈이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학교를 제대로 가지 못한 2013년생 학부모들은 더욱 그렇다.

올해 초4 아들을 둔 학부모인 박모 씨는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학교를 제대로 못 가다 보니, 집에서 하루 종일 있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학원에 가기 시작했다"며 "한달 학원비만 200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말했다.

박씨는 "아이가 하나인데도 학원비에 돌봄 걱정이 태산인데, 둘째 생각은 진작 접었다"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됐지만, 아직도 손이 가는 일이 많아 일하면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실감한다"고 말했다.

돌봄 공백이 저출산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올 3월부터 전일제 돌봄인 '늘봄학교'의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늘봄학교'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국가교육책임 강화' 차원에서 마련됐다.

초등학교에서 오전 7~8시 아침돌봄과 오후 7~8시 저녁돌봄 등 돌봄시간을 확대 운영하는 정책이다. 학부모가 원하면 자녀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최대 13시간 맡길 수 있다.

늘봄학교 시범운영에는 5개 시·도교육청에서 총 214개교가 참여한다. 이는 2022년 기준 전체 초등학교(6163개교)의 3.4%에 해당한다. 지역별로는 경기 80개교, 전남 43개교, 경북 41개교, 인천 30개교, 대전 20개교 등이다.

“돌봄교실 떨어졌다, 학원뺑뺑이도 못 버텨”…직장맘
초등학교에서 아침·저녁돌봄과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늘봄학교'가 시범운영을 시작한 2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연수초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늘봄학교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교실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

늘어난 돌봄교실에 학부모들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준비 부족으로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은 채 시행하다보니 교사들이 늘봄학교 인력을 다 관리해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돌봄 전담사들 역시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교육부는 올해 시범운영이 끝나면 내년 중에는 늘봄학교 적용을 확대한 뒤 2025년부터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만5000여명의 돌봄교실 대기수요가 발생했지만 2025년부터는 원하는 학생 모두 늘봄학교로 수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학부모 홍모 씨는 "정부 계획대로 2025년부터라도 돌봄교실을 이용하려는 학생들이 모두 수용된다면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면서도 "아이들을 장시간 머물게 하는 정책 보다는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훨씬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