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 대주주 지배력만 높인단 논란
자사주 규모 및 활용 방안 등 고려 필요
“OCI, 분할 후 사업부 가치 부각될 수도”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합리적인 경영 판단으로 존중돼야 한다. 냉정한 시각으로 인적분할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1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요 기업들의 인적분할 안건이 주요 화두로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인적분할에 대한 찬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한편으론 학계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해당 기업에 따라 상황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잇따른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지주사 체제 전환을 목적으로 인적분할 안건 통과를 위해 주총을 개최하는 상장사는 4곳이다.
OCI는 OCI홀딩스(지주회사)를 존속회사로, OCI(사업회사)를 신설회사로 나누는 방식의 인적분할을 추진 중이다. 분할 후 OCI홀딩스는 자회사 관리 및 신사업 투자를 담당하며, OCI는 베이직케미칼·카본소재 등 화학 사업을 영위한다. 인적분할 안건 통과를 위한 주주총회 개최 일자는 오는 22일이다.
대한제강 역시 디에이치오(지주회사)와 대한제강(사업회사)으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진행한다. 철강사업을 맡고 있는 대한제강이 신설회사로 분리된다.
동국제강은 동국홀딩스(지주회사)를 존속회사로, 열연사업와 냉연사업을 각각 담당하는 동국제강(사업회사), 동국씨엠(사업회사) 등 총 3개 회사로 분할하는 내용의 인적분할을 진행한다. 조선내화는 조선내화홀딩스(지주회사), 조선내화(사업회사)로 분리하는 방식의 인적분할 안건을 주총 표결에 부친다. 세 회사 모두 주총 개최 시기는 오는 5월 12일로 잡혔다.
인적분할은 주주들이 기존회사와 신설회사 지분을 동일하게 갖는 기업 분할 방식이다. 기존 주주에게 신설회사 주식이 배분되고, 경쟁력 있는 사업을 보다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증권가에서는 통상 ‘호재’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최근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인적분할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대주주 지배력은 확대되는 반면 소액주주의 지분가치는 희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권재열 경희대 법전원 교수는 “최근 분할이면 ‘무조건 대주주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이용되는 나쁜 수단’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고 지적하면서, 인적분할을 평가할 경우 ▷분할 기업의 자사주 규모와 매입 경위 ▷활용 방안 등을 사안별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전원 명예교수 역시 “현재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유동성 확보와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인적분할 역시 더 효과적인 위기 대응을 위한 기업 차원의 적극적 노력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현대차증권은 지난 10일 보고서를 통해 “OCI의 경우 인적분할을 통해 관심을 받지 못했던 사업부 가치가 부각되고, 사업회사 분할 상장 후 합산 시가총액이 증가할 것”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현실적 측면이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증권업계 고위관계자는 “물적분할에 대한 거부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이연 특례가 올해 연말에 일몰되고, 인적분할 방식까지 막힌다면 사실상 기업의 지주회사 전환 기회 자체가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정부의 명확한 규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배력과 부의 배분에 왜곡을 일으키는 ‘자사주 마법’(기존회사가 신설회사 신주를 배정받아 대주주가 신설회사에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자기주식의 경제적 실질에 대해 일관성을 갖추지 못한 규제체계에 근본 원인이 있다”면서 “일관적 규제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