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이 가격이 바닥을 찍고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업황 악화에 뒷걸음친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의 실적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0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지난달 대형(50인치 이상) LCD TV 패널을 중심으로 판가가 오른 데 이어, 3월에는 모든 크기의 LCD TV 패널값이 전월보다 2~4% 가량 상승할 전망이다.
LCD TV 패널 가격은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지난해 9월 사상 최저치를 찍은 후 보합세를 이어오다 지난달 다시 인상됐고 3월에 추가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하반기 보인 거센 패널 가격 하락과 수요 부진으로 LCD 생산에 의존하는 패널 제조업체의 영업 손실이 발생했다. DSCC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외한 지난해 3분기 평면 패널 디스플레이 산업의 평균 마진은 -13%의 수준의 손실이다.
LCD 패널의 월별 가격은 2021년 9월 이후 단 한 번도 전년 동기와 비교 시 상승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6월이면 전년 동기 대비 처음으로 패널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까지 패널 업체들의 적자가 지속되지만, 하반기부터는 흑자 전환 역시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1분기에만 1조원 절감을 목표로 공격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LG디스플레이 역시 LCD 가격 반등세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로 사업을 대폭 전환 중이지만, 여전히 지난해 4분기 기준 LCD 매출 비중은 전체 사업에서 약 48%를 차지하고 있다. LCD 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인해 관련 사업 축소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매출의 상당 부분이 관련 사업에서 창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LCD 패널 가격 반등세가 당장의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단 분석이다.
장기적으로는 LG디스플레이는 구조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된 LCD TV 사업 비중을 더 줄여나갈 계획이다. 국내 7세대 LCD TV 공장은 지난해 말 생산을 완전히 종료했다. 남은 중국 8세대 LCD TV 공장도 올해 초부터 생산능력의 50% 수준으로 축소시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올해 2분기부터 LG디스플레이의 점진적인 매출 확대와 적자폭 감소, 하반기부터는 흑자전환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의진 흥국생명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는 LG디스플레이는 선제적 재고 감축을 통해 같은해 3분기 대비 1조6000억원 규모의 재고를 축소했다”며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에서도 상반기 재고조정 이후 가동률을 회복하며 하반기에는 점진적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수주형 사업(고객과 계약을 바탕으로 투자, 물동, 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는 사업)인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앞세워 사업구조 고도화에 나설 전망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디스플레이 매출은 지난해 1조6000억원에서 2025년에는 3조500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LCD 사업 축소와 신사업 재편의 수익성이 앞당겨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