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대마진은 양반이었네”…증권사 빌린돈·맡긴돈 금리차 최대 9% [투자360]
서울 여의도 증권가. [연합]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증권사가 신용융자에 대한 이자는 높게 받고, 예탁금에 대한 이자는 적게 주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증권사의 투자자 예탁금은 최소 0.1%에도 못 미치는 반면, 신용융자 이자율은 최장 기간의 경우 9%를 훌쩍 넘겨 최대 금리 차가 9%를 넘었다.

6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5개 증권사(KB·NH·미래·삼성·한투)의 신용융자 이자율은 기간에 따라 최소 4%에서 최대 9.8%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융자란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일정한 증거금(신용거래보증금)을 받고 주식거래 대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전체 증권사 평균으로는 1~7일의 경우 5.98%에서 180일 초과 9.26%로 나타났다. 2월 KB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이자율을 낮추기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금투협 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비대면계좌 이자율은 더 높다. 미래에셋증권은 영업점 계좌는 기간에 따라 5.9~9.8%로 신용융자 이자율을 달리한 반면, 영업점 외 비대면·은행 계좌는 9.8% 금리를 고정 적용해 금리 차가 최대 3.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삼성증권도 비대면 개설 계좌와 지점·은행 연계 개설 계좌의 금리차가 최대 0.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반면, 증권사에 투자자가 맡긴 돈에 돌려주는 금액을 뜻하는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은 ‘바닥’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KB증권이 50만원 미만 예탁금에 대해 0.05% 이용료율을 제공해 가장 낮았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100만원 이상 예탁금에 일괄 0.4% 이용료율을 적용해 해당 구간에서 이자율이 가장 낮았다.

투자자예탁금은 한국증권금융에 신탁돼 운용되는데, 이에 따른 대부분의 수익을 증권사가 가져갔다는 의미다.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증권금융에서 증권사에 돌려준 운용수익률은 1.94%였던 반면, 지난해 말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은 0.2~0.4% 수준이었다.

“은행 예대마진은 양반이었네”…증권사 빌린돈·맡긴돈 금리차 최대 9% [투자360]

이자율 산정 주기 역시 투자자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융자 이자율은 양도성예금증서(CD) 혹은 기업어음(CP)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식으로 결정되는데, 해당 단기물 금리가 변할 때마다 증권사는 빠르게 금리를 높여왔다.

반면,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은 5대 증권사 모두 지난해 10월 이후 단 한 번도 상향 조정하지 않았다. 한국증권금융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기반으로 증권사에 매월 운용 수익을 돌려준다. 지난 10월 이후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상향됐지만,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은 제자리에 머물면서 증권사들의 이익은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신용융자 이자율 산정체계를 점검하고 대면·비대면 계좌의 이자율을 구분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에 대해선 이용료 점검주기를 명확히 하고 통일된 공시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일 열린 증권사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투자자의 권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예탁금 이용료율, 주식대여 수수료율 및 신용융자 이자율 산정 관행 개선 논의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는 “금감원과 협의해 3월 중으로 대면·비대면 신용융자 이자율을 구분해 공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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