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에도 ‘곳간’ 빈 2차전지株…속빈강정? 전진 위한 후퇴? [투자360]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 얼티움셀즈 미국 오하이오주 배터리 공장. [얼티움셀즈 제공]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포스코케미칼, SK이노베이션….

2차전지 기업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에 위치하며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 2차전지 소재 업체가 1, 2위를 다투고 있다.

이러한 2차전지 및 소재 업체들이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달성하고 있는 가운데, 잉여 현금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겉보기엔 양호한 재무비율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론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에 따르면 내년까지 2차전지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부족 현금 규모가 2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2차전지 소재 3사(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는 약 8조원에 달한다.

최근 2차전지 및 소재 업체들은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나신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2차전지 3사의 매출 합계는 전년 대비 54.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6.3% 상승했다. 소재 업체 3사는 더욱 크게 상승해 각각 182.1%, 189.9% 증가했다.

이러한 실적 급성장에도 2차전지 업체들의 재무 부담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유상증자에 따른 자본확충 효과로 외견상 재무비율은 양호하나 지난해 3분기까지 2차전지 3사 합계 잉여현금흐름 적자 규모는 10조원에 달했다. 2차전지 소재 기업 3사는 2021년 이래 3조3000억원의 잉여현금 적자를 기록했다.

호실적에도 ‘곳간’ 빈 2차전지株…속빈강정? 전진 위한 후퇴? [투자360]

재무 부담이 증가한 원인으론 급증한 설비투자와 높은 운전자금 부담, 낮은 수익성을 꼽았다.

박종일 나신평 선임연구원은 “2차전지 업종의 리드타임을 2년 정도로 가정하고 매년 수요 성장률을 30%로 본다면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현재 매출 규모보다 60%가량 높은 생산설비(Capa) 투자가 집행돼야 한다”며 “수주 대응을 위한 설비 확충이 급증하면서 2차전지 기업들의 현금흐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이나 디스플레이 등 기존 산업 대비 ‘가성비’가 떨어지는 점도 문제다. 2차전지는 수주 및 출하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매출액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운전자금을 유지할 수밖에 없고 원재료 매입처와 2차전지 생산지, 전기차 생산지 등 공급사슬이 세계 전역에 퍼져있어 물류 상황에도 영향을 받는다.

또한, 수익성 역시 낮다. 박 연구원은 “일시적으로는 대규모 투자 지속에 따른 가동률 영향과 해외 거점 확대에 따른 수율 이슈 등이 주요 원인”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사업이 안정화하더라도 자동차 부품 사업의 특성상 두 자릿수 영업이익 마진을 유지하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무 안정성은 계속 저하할 전망이다. 나신평은 내년까지 2차전지 3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101%에서 189%까지 확대할 것으로 예측했다. 소재 3사 또한 부채비율이 318%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박 연구원은 재무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신용도에 부정적 요소라고 판단했다. 다만, ▷완성차 업체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해 설비투자비(CAPEX) 부담을 축소할 가능성 ▷배후 수요 감안해 적은 가동률 리스크 ▷높은 기업가치에 기반한 외부 자본 유치 가능성을 고려하면 실질 재무부담은 명목 지표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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