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금융위원회가 온라인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도입을 위해 관련 업계들과 다시 만났지만, 핵심 쟁점인 수수료에 대한 업권별 입장 차가 여전히 커 고심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에게 유의미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에서 수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3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는 연초 법인보험대리점(GA), 보험사, 빅테크(네이버·카카오·토스)와 각각 간담회를 진행하고 온라인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관련 쟁점들에 대한 입장을 확인했다. 지난해 GA 업계의 반발로 잠시 중단됐던 논의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수수료 문제가 서비스 도입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보험사들은 2% 안팎의 수수료를 원하고 있지만, 빅테크 플랫폼에서는 10% 수준은 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빅테크 플랫폼들은 보험사들이 요구하는 수수료가 다른 서비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인 데다, 플랫폼 중개시 보험사가 광고비를 아낄 수 있어 되려 이득이라고 본다. 반면 보험업계에서는 수수료를 높이면 기존 CM(온라인판매) 채널 대비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CM 채널 가입 비중이 40%를 넘을 정도로 이미 이용을 많이 하는데도, 수수료를 더 붙여서 CM 채널 수준으로 플랫폼에 제공하는 게 맞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보험업계에서는 손보사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비교·추천 서비스 시행에 앞서 CM-TM(텔레마케팅)-대면-플랫폼 등 4개 채널에 각각 다른 요율을 책정하는 ‘1사 4요율제’를 도입하라는 주장이 나온다. 소비자가 다이렉트 홈페이지를 직접 찾아 가입하는 발품비를 고려하면 플랫폼 보험료가 CM보다는 비싼 게 합리적이고 형평성에 맞다는 얘기다.
현재 손보협회의 자동차보험 보험료 공시를 보면, 중형차(2000㏄) 신차를 구매한 26세 1인가구 남성이 CM 채널로 자동차보험에 최초 가입할 경우 보험료는 평균 175만1630원이다. 이는 TM(텔레마케팅·180만7466만원) 대비 3.2%, 대면채널(198만4448원) 대비 13.3% 저렴한 가격이다.
이는 CM 채널의 사업비 비율이 11.5%(2022년 1~3분기 누적 기준)로 TM(15.1%)이나 대면(25.2%)에 비해 낮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보험료는 위험률에 따라 결정되는 위험보험료에 사업비를 더해 결정되는 구조다. 보험사들은 CM과 플랫폼 채널의 사업비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CM과 플랫폼의 보험료에 차이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수수료 수준과 이에 얽혀 있는 1사 4요율제 요구 등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수료의 경우, 소비자가 체감하는 혜택을 위해 2%가 될 것이란 전망부터 양측 요구안의 중간인 5% 안팎이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과 보험사들이 알아서 결정해야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줘야 할 것 같다. 수수료가 너무 높으면 (소비자들에게) 의미가 없다”며 “기존 TM·대면 채널도 수수료 규제가 일부 있는 것처럼 부가조건을 붙이는 식으로 가이드라인을 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수수료와 마찬가지로 논란이 많았던 취급 상품군의 경우, CM용 표준약관이 마련돼 있는 보험상품들부터 첫선을 보이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해외여행자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 규모가 가장 크고 GA 업계의 반대도 많았던 자동차보험은 CM용 상품만 판매한다면 지난해 같은 논란은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는 상반기 중 금융위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고 연내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추천 알고리즘을 마련하는 데도 수개월이 걸린다”며 “상반기 안에는 최종안이 마련돼야 연내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