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스 베드나르스키 신작 ‘배터리 전쟁’
전기 모빌리티 확대로 리튬 확보 비상
2030년엔 배터리 쓰나미…재활용 이슈
[헤럴드경제=이윤미 선임기자]“20세기에 ‘오일쇼크’가 있었다면 21세기에는 ‘배터리 전쟁’이 있다!”
배터리 시대의 주인공으로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은 최근 코로나 팬데믹 전보다 1000% 상승했다. 국제 리튬 시장의 절대 강자인 중국의 간펑리튬과 톈지리튬이 2022년 상반기에만 거둬들인 순이익은 3조 5000억원이다.
세계 최고의 시장 분석 기업 S&P글로벌의 배터리 분야 수석 애널리스트 루카스 베드나르스키는 ‘배터리 전쟁’(위즈덤하우스)에서 이는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한다.
아직 미미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인도 시장이 움직일 경우 배터리 산업은 진정한 티핑포인트를 맞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전기비행기가 눈 앞에 와 있다. 이스라엘의 이비에이션은 최근 제트 엔진 대신 배터리로 돌아가는 전기여객기 앨리스의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이미 300여 대가 수주됐다.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원유의 80% 가량이 자동차와 비행기, 선박의 연료로 쓰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배터리 산업은 황금의 땅이자 전쟁터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저자는 책에서 배터리의 소재와 부품, 장비 산업 등 배터리 생테계와 글로벌 가치 사슬을 종합적으로 조명한다.
리튬이 배터리 산업의 핵심 소재가 될 것임을 가장 먼저 깨달은 건 중국이다. 2000년대 들어 간펑리튬과 톈지리튬 창업에 집중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이 신장을 포기하지 못하는 주요인도 리튬에 있다.
라틴아메리카도 자원 민족주의가 뜨겁다. ‘리튬 삼각지대’라 부르는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에는 총 4700만 톤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리튬이 매장돼 있는데, 저자는 이 곳이 ‘리튬의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것으로 본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연간 20만 톤에 가까운 리튬을 채굴하고 있는데, 중국이 환경 문제 때문에 채굴양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대중 외교의 강력한 무기로 사용 중이다.
리튬 원자재를 생산하는 곳들이 생태계의 한 축이라면 리튬으로 각종 부품을 만들고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또 한 축을 이룬다. 그 중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S가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유럽은 폴란드와 헝가리에 생산 설비를 갖춘 두 기업에 의존적이다.
저자는 이런 산업 생태계가 또 한번 격변을 맞을 수 있다고 본다. 전기 자동차의 확산과 새로운 전기 모빌리티의 확장이다. 이런 흐름 속에 몇몇 기업들은 수직 계열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비야디는 휴대폰 배터리 제조 경험을 토대로 리튬 채굴부터 자동차 생산까지 사업을 다각화 해 2022년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 자동차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테슬라가 배터리 자체 생산을 목표로 기가팩토리를 세운 것도 그 일환이다.
저자는 배터리 재활용 산업도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배터리 수명이 15년이므로 2030년이면 배터리 쓰나미가 덮친다. 여기에 환경 문제로 재활용은 불가피하다. 중국은 재활용을 의무화하고 사용 후 배터리로 5G통신망에 쓰고 있다.
책은 배터리 생태계와 그 위에서 뛰고 있는 기업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미래 지형도까지 자세히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