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수·서미애 ‘K스릴러’ 주역 신작
개성 있는 젊은 작가 강세·출간 러시
창비 60년 야심작 '한국사상선' 눈길
유튜버·인플루언서 책 영향력 커져
[헤럴드경제=이윤미 선임기자]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불편한 편의점’을 비롯, 김훈의 ‘하얼빈’, 김영하의 ‘작별인사’ 등 지난해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소설 네 작품이 오를 정도로 서점가는 ‘소설 시대’를 구가했다. 코로나와 고금리, 고물가 등 수년째 이어지는 팍팍한 현실에서 독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소설에서 위로 받고 힐링했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로 힘든 상황이 예상되는 이 때, 출판사들은 다채로운 작품들로 독자들 곁에 다가갈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해외에서 K문학의 힘을 보여준 역량 있는 작가들의 신작들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두텁게 형성된 젊은 작가층의 활약과 해외 인기 작가들의 다채로운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K스릴러 작가 김언수·서미애의 신작…젊은 작가 소설·산문집 대기
무엇보다 ‘설계자들’로 미국, 프랑스, 독일 등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며 K스릴러 열풍을 일으킨 소설가 김언수가 장편소설 ‘빅아이’(문학동네)로 돌아온다. 탄탄한 구조와 새로운 소재로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구축하는 그의 이번 작품의 배경은 태평양. 6개월 간 직접 원양어선을 탄 것으로 알려져 펄떡이는 언어의 싱싱함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잘자요 엄마’로 유럽과 동남아 등 16개 국에 번역 출간돼 세계적 주목을 받은 스릴러 작가 서미애의 신작(문학동네)도 상반기에 출간, 관심이 쏠린다. 이번 소설은 ‘잘 자요 엄마’와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에 이어지는 ‘하영 연대기’ 3부작의 완결편이다.
그런가 하면 2030세대에서 큰 공감을 얻고 있는 젊은 작가들도 줄지어 신작을 내놓는다. ‘위저드 베이커리’, ‘파과’, ‘네 이웃의 식탁’ 등 독창적인 이야기로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지워온 구병모의 소설집 ‘있을 법한 모든 것’(문학동네),다정하고 친근한 목소리로 우리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일깨워준 백수린 작가의 첫 장편소설 ‘이토록 아름다운’(가제·문학동네), 마니아층을 보유한 김성중 작가의 첫 장편소설 ‘화성의 아이’(문학동네)도 기대를 모은다.
또한 2022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손보미 작가의 첫 연작 소설집 ‘사랑의 꿈’(문학동네),최근 '트로피컬 나이트'로 좋은 반응을 얻은 조예은의 장편소설 '달콤한 초록 피', IT기업 직장인들의 일상을 그려내 화제를 불러 모은 장류진의 새 소설집, 일상을 강박적으로 디테일하게 그려가며 상실과 상처의 뜨겁고 서늘한 지점에 다가가는 최은영의 장편 소설도 창비에서 나온다.
적절한 위트로 일상을 반짝이게 하는 이기호의 9년만의 신작 장편소설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문학동네)도 팬들의 기대를 모으는 작품. 최근 소설집 '이토록 평범한 미래'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김연수의 독서 에세이, 식물들과 함께 지내며 알게 된 것과 사유를 풀어낸 김금희 작가의 에세이 ‘내 방의 여름 군락지’도 문학동네에서 출간, 산문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노벨상 수상작·반가운 해외 작가 신작도 기대
노벨상 수상 작가들의 묵직한 작품들도 서점가를 장식한다.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아니 에르노의 국내 미출간작인 ‘아니 에르노 자서전: 이브토로 돌아가다’(가제)와 ‘표면의 삶’, ‘외면 일기’(가제)가 열린책들에서 처음 번역, 출간된다. 또한 심리 묘사에 탁월한 올가 토카르추크의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상하고 괴상한 10편의 이야기를 담은 '기묘한 이야기'(민음사),도리스 레싱의 ‘앨프리드와 에밀리’(문학동네), 오에 겐자부로의 마지막 소설, ‘만년양식집’(문학옹네)등이 독자들을 찾는다.
국내에서 인기있는 해외 작가들의 작품도 줄줄이 대기중이다. 코맥 매카시가 ‘로드’ 이후 16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패신저’ & ‘스텔라 마리스’(문학동네), 가수 아이유가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읽고 감명을 받아 주변에 추천한 작가, 앤드루 포터의 ‘사라진 것들’(문학동네)이 팬들에게 다가간다.
국내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열린책들의 베르베르 회고록은 팬들에겐 선물격이다. 등단 30주년을 맞아 자신의 삶과 작품, 글쓰기 노하우까지 모두 담았다. 이어 신작장편소설 '꿀벌의 예언'도 출간된다.
창비 ‘한국사상전’·커밍스 ‘한국전쟁의 기원’ 등 시리즈물도 나와
창비가 창사 60주년을 맞아 기획한 대형 시리즈 ‘한국사상선’ 1차분 10권을 내놓는다. 한국사상사의 걸출한 인물들의 사상과 핵심 저작, 역사적 평가, 현재적 의의를 집대성 한 시리즈로 야심작이라 할 만하다. 정도전을 비롯, 세종, 정조, 김시습, 이황, 최제우, 김옥균, 안창호 등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요 사상가들의 핵심저작을 생동감 있는 문장으로 기술, 새로운 세대 독자들이 우리 사상의 근원과 흐름을 이해하도록 이끈다.
경제학자 장하준의 따끈한 신간 ‘먹을 수 있는 경제학’(원제:Edible Economics·부키)도 기대작이다. 책은 엔초비, 계란토스트, 감바스 알아히요, 한국의 도토리묵 등 음식을 통해 숨겨진 돌봄 비용부터 자유시장이란 말의 오해의 소지까지 현대 경제 문제를 짚어낸다. 장 교수는 지난 수 십 년 동안 단일 자유 시장경제 철학이 세계 경제를 지배해왔다며, 이는 싱겁고 건강에 좋지 않다고 지적한다. 다양한 음식이 균형적 식단에 기여하듯 다양한 경제적 관점이 경제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아직도 이 연구를 넘어설 수 없다”는 브루스 커밍스의 명저 ‘한국전쟁의 기원’(전2권·글항아리)도 눈여겨 볼 만하다. 저자가 새롭게 쓴 장문의 한국어판 서문도 실린다.한국 근대사, 해방 전후사부터 동아시아와 세계 정세, 미국 국내의 사정 등을 밀도 깊게 연관시켜 한국전쟁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아시아계 이민자 연구에 있어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인 에리카 리가 아시아계 이민사를 포괄적으로 그린 ‘아시아인의 미국 만들기’(글항아리),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거짓말에 대한 캐스 선스타인의 통찰이 돋보이는 ‘라이어스’(21세기북스)도 눈여겨볼 만하다.
유튜버·인플루언서 영향력 확대…영역도 재테크서 전 분야로 확장
도서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유튜버들의 영역이 종래 재테크 분야 중심에서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다. 언어학을 중심으로 14만 구독자를 지닌 유튜버 항문천이 한·중·일 언어가 고대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교류가 이뤄지고,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살핀 ‘한중일 언어 인문학’(김영사)을 펴낸다. 또한 우리 술에 애정이 깊은 방송인 백종원이 K-술의 매력을 들려주는 ‘주류학 개론’(김영사)을, 가수 이적은 생애 첫 산문집 ‘이적의 단어들’(김영사)을 낸다.
이 밖에 이민자의 딸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로 떠오른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의 이야기 ‘카멀라 해리스, 차이를 넘어 가능성으로’(김영사),환경과 에너지 등 지구촌 관심사 7가지를 다룬 환경과학자이자 경제사학자 바츨라프 스밀의 ‘세상은 정말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김영사),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인 미치오 카쿠의 ‘양자컴퓨터의 미래’(김영사), 국내 변변한 번역서가 없는 아이작 뉴턴의 ‘프린키피아’(휴머니스트)의 한국어판 완역본이 출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