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피부질환으로 재발 잦고 완치 어려워
표적치료 가능 JAK억제제 등 치료옵션 다양화
조기에 전문 치료 권장
[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 1. “중학생 아들이 전신 아토피로 고통받고 있어요. 땀이 나면 가려워서 좋아하던 농구도 못해 우울해하고, 피부를 긁지 않기 위해 손으로 피부를 때리는 듯한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메입니다. 할 수 있다면 그 고통을 대신해주고 싶네요.”
# 2. “초등학생 때 아토피를 잠깐 앓았다가 2019년 증상이 사라졌는데 최근 갑자기 재발해 고통받고 있는 30대 여성입니다. 여름에는 증상이 더 심해져서 푹푹 찌는 듯한 더위에도 반바지를 입지 못했어요. 가려움증에 시달리며 밤마다 한 시간도 채 못 자고 자꾸 눈이 떠져요.”
중등증 이상으로 심한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호소다. 아토피피부염은 국내 100만명 가까이가 앓는, 비교적 흔한 피부질환이다. 소아기에 발병한 아토피피부염의 약 40%는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되므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의학 발전과 함께 치료제도 다양해졌지만 질환특성상 완치가 어렵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까닭에 여전히 많은 환자가 오랜 기간 고충을 겪는다.
해마다 9월 14일은 ‘세계 아토피의 날’이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는 환절기에는 증상이 더 악화하기 쉽다. 누구나 잘 알 것 같은 질환이지만 정작 잘못 알려진 정보가 많고 다양한 치료방법에 관한 정보도 부족한 아토피피부염을 살펴본다.
연령별로 증상 다르고, ‘가려움증’이 가장 큰 적
아토피피부염은 유전적 원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체내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겨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피부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2020년 기준 97만명으로, 약 100만명에 육박한다. 아토피피부염은 전 세계적으로도 1억3000만명 이상이 앓을 정도로 흔한 만성 피부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영·유아기에 발병률이 높은데 연령별로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가 조금씩 다르다. 어린아기들은 얼굴, 뺨을 시작으로 차츰 목이나 배, 팔다리 등으로 증상이 퍼져 점차 몸 전체에 병변이 나타난다. 12세 이하 어린이는 팔 안쪽이나 무릎 뒤쪽처럼 신체가 접히는 부위에 병변이 잘 생긴다. 성인이 돼서는 얼굴이나 목, 두피와 같은 특정 부위에 집중적으로 병변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손목이나 발목이 매우 건조해지고 피부가 점점 두꺼워지는 ‘태선화’가 심해지는 것도 특징이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을 가장 괴롭히는 증상은 가려움증이다. 긁을수록 가려움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심해지고 고통도 배가된다. 피부를 계속 문지르고 긁다 보면 상처가 생기고, 여기에 균이 침투해 염증물질을 만들어내면서 진물이 생기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한다. 특히 심한 가려움증은 수면장애, 정서장애, 학습장애, 사회적 활동력 감소 등을 유발해 환자는 물론 가족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쳐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습·청결 중요하지만 적정 목욕시간은 10분 이내
아토피환자들은 질환관리를 오래 하다 보니 각자 나름 증상을 관리하는 노하우가 생긴다. 그중에는 간혹 잘못 알려진 것도 있다. ‘병변 부위에 식초를 바르면 좋아진다’거나 ‘계란, 우유 등 고단백 음식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등이 그것이다. ‘목욕을 자주 하면 안 된다’는 오해도 있지만 이 질환은 면역 체계 이상으로 발병하는 만큼 외부 자극이나 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피부를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과 전문의도 환자들이 피부청결을 유지하는 데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질병관리청과 5개 전문학회가 공동 마련한 ‘2022 아토피·천식 예방관리수칙’에 따르면 미지근한 물과 약산성 물비누를 사용해 하루 한 번 미지근한 물로 10분 이내 목욕을 마칠 것을 권한다. 보습제는 하루 최소 두 번 이상 목욕 직후에 바르는 것이 질환관리에 도움이 된다. 앞서 2008년에 발표한 수칙에서는 20분 이내로 비누 목욕을 하고, 목욕 후 3분 안에 보습제 사용을 권했으나 최신 지침에는 목욕시간이 더 짧아지는 등 주요 내용이 변경됐다. 아토피의 기본적인 치료는 적정 온·습도와 피부 보습을 유지하는 것이다.
표적치료제 등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병원 전문치료 중요
아토피피부염 발병 원인은 하나로 특정되지 않고 복잡한 데다 환자마다 증상과 경과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일상생활관리에 치중하거나 민간요법 등에 의존하기보다 조기에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증상에 대해 정확하게 진단받고 체계적인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아토피피부염 발병 요인이나 염증 경로를 차단하는 신약이 개발돼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늘었다.
경증이라면 일차적으로 항염증 효과가 있는 국소 스테로이드제, 국소 면역조절제를 사용하고, 가려움증 완화를 위해 항히스타민제를 병용한다. 이러한 일반적인 치료에 반응이 없다면 자외선 치료와 같은 광선치료 혹은 전신 스테로이드제, 전신 면역조절제를 사용한다. 그럼에도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가 많아 아토피피부염의 발병 기전에 관한 연구는 지속됐다. 그 결과, 최근에는 증상이 심한 중등도에서 중증 환자를 위한 생물학적 제제와 JAK 억제제 등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신약들은 아토피피부염을 유발하는 원인물질을 차단하는 일종의 표적치료제로, 기존 치료제보다 부작용은 적으면서 더 빠르고 강력한 효과를 나타낸다. 생물학적 제제는 2주 1회 주사로 투여하며, JAK 억제제는 1일 1회 복용하는 경구제로 증상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기 쉽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좀 더 편하게 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을 괴롭히는 가장 주된 증상이 가려움증인데 최근 개발된 신약들은 투약 1~2일 후에 빠르게 가려움증을 감소시켜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에 도움을 준다.
JAK 억제제 중 유파다시티닙과 바리시티닙은 올해 5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치료비 부담도 줄었다. 산정특례에 등록할 경우 환자는 약가의 10%만 부담하면 된다. 다만 급여 대상은 중증(EASI 23 이상)의 성인(만 18세 이상) 아토피피부염 환자로 한정된다. EASI 점수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한 중등증 환자와 소아청소년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급여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고려대안산병원 피부과 손상욱 교수는 “아토피피부염과 같이 면역 상태에 따라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질환은 체계적인 치료를 지속해 상태를 조금씩 개선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기존 치료제보다 훨씬 효과적인 신약이 많이 나온 만큼 환자들도 병원 치료를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