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척추 4마디 이상 고정…환자 상태 ‧ 종양 특성 따라 2마디 혹은 신경 치료만

-수술 범위 크게 줄어 합병증 발생률 ↓ ‧ 삶의 질 ↑…수술 생존율 차이 無

-서울아산병원 박진훈 교수 “척추 종양으로 통증 심해도 수술 시도조차 못했던 환자 수술 가능 기대”

[김태열의 생생건강S펜]
[사진1]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박진훈 교수(왼쪽)가 전이성 척추 종양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암 치료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환자들의 생존 기간이 늘고 있지만,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되는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척추로도 암이 전이될 수 있는데, 치료를 위해서는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면서 무너질 수 있는 척추를 나사못으로 단단하게 고정한다. 보통 등 쪽을 30cm 정도 크게 절개해 척추 4마디 이상을 고정하는데, ‘맞춤형’으로 최소한으로만 고정해도 충분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박진훈 교수 ‧ 신홍경 전문의 연구팀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전이성 척추 종양 환자 105명을 대상으로 환자 상태, 종양 특성 등을 고려해 상황에 따라 척추 최소 고정 수술법을 적용한 결과, 합병증 발생률은 크게 줄었으며 환자들의 삶의 질은 높아졌다고 최근 밝혔다.

전이성 척추 종양이 점점 커지면 주변 신경을 눌러 압박하고 결국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환자들이 느끼는 통증이 매우 커진다. 척추에 암이 전이된 환자는 원발암이 말기인 경우가 많다 보니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 때문에 환자들의 건강 상태가 대부분 좋지 않다. 기존 수술법은 등을 약 30cm 절개하고 암이 있던 부위를 포함해 척추 4마디 이상을 나사못으로 고정할 정도로 수술 범위가 커, 수술 자체가 힘든 환자들이 많았다.

그 동안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박진훈 교수팀은 절개 범위를 줄이고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허리를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척추 마디 움직임을 최대한 보존하는 수술법을 연구 및 적용해왔다.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종양 크기, 위치, 침투 상태 등에 따라 척추를 고정하는 나사못의 길이와 굵기 등을 조정해 종양 제거 후 기존의 절반인 척추 2마디만 고정시키거나, 척추 고정을 하지 않고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만 치료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박진훈 교수팀이 전이성 척추 종양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수술한 105명의 치료 결과를 분석한 것에 따르면, 혈종이나 재발 등 합병증 발생률이 약 6%였다. 기존 방법으로만 수술했을 때 크고 작은 합병증 발생률이 높게는 10~20%까지도 보고되고 있어, 척추 최소 고정 수술법을 함께 적용했을 때 합병증 위험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관적인 삶의 질 정도를 체크하는 여러 지표(ECOG-PS, KPS 등) 점수도 환자들이 거의 활동 불가능 상태에서 수술 후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고 답할 정도로 크게 향상됐다. 1년 생존율에서는 기존 수술법과 척추 최소 고정 수술법이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암 치료 측면에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태열의 생생건강S펜]
[사진2]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박진훈 교수

박진훈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전이성 척추 종양 환자들에게 ‘맞춤형’ 척추 최소 고정 수술법을 적용하면 기존에 통증이 너무 심해 수술이 필요하지만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할 수 없었던 암 환자들을 수술할 수 있는 기회가 늘게 되고, 수술 후 환자들의 합병증 위험이나 통증이 크게 줄어들어 환자 삶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메디신(Medicine, IF=1.817)’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