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따른 수도권 이주수요 파악 시작
억눌렸던 이주수요 폭발할 땐 ‘전세난’ 우려
임대차3법 만료에 따른 전세가 폭등도 변수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인한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사업 열풍에 이어 오는 7월부터 예상되는 ‘임대차3법’에 따른 전세대란 우려가 겹치면서 정부가 이주 대란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자칫 수도권 내 정비사업에 따른 전세수요 급증이 매물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새 정부는 이주수요 파악에 따라 1기 신도시 재건축의 속도를 조절한다는 계획이다.
15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서울과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지자체에 정비사업에 따른 이주수요를 파악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주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을 미리 파악해 전세난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의 요청에 따라 각 지자체는 오는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재건축과 재개발,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에 따라 주민 이주가 예상되는 지역을 파악해 이주수요가 집중된 지역에 대해 주의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할 예정이다. 한 달에 이주수요가 500세대 이상인 지역 중에서 전월대비 이주 물량이 100% 이상 증가하는 곳과 광역지자체 이주 물량의 40% 이상이 집중되는 곳이 해당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년 대규모 정비사업에 따른 이주수요를 미리 예측해 지자체와 함께 전세난 등 이주 과정에서의 혼란을 사전 관리하고 있다”라며 “올해 역시 정비사업으로 대규모 이주수요가 있는 지역을 중점 관리하기 위한 사전 조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내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상황은 예년과 달리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내 집값 급등으로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이주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 역시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정비사업 논의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인구는 950만9458명으로 전년 대비 15만9007명 감소한 반면, 인천과 경기 지역은 각각 5547명과 13만8436명의 인구가 늘었다. 거기에 지난 문쟁인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로 지난해 이주수요가 평년 대비 1/3 수준으로 급감한만큼, 억눌렸던 이주수요가 올해와 내년께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에서 애초 지자체가 파악했던 이주수요를 재건축 규제 방식으로 크게 줄였다. 모두 전세난을 잡기 위한 것으로 당시에 재건축 이주수요가 늘어 전세대란을 없을 것이라 했는데, 이 수요가 앞으로 몰리기 시작하면 최소 서울 내 전세대란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규모 이주수요가 발생했던 왕십리뉴타운의 경우, 전세 가격이 이주 전 평균 4353만원에서 이주 후 평균 7176만원으로 63% 크게 오른 바 있다.
새로운 임대차 3법에 따른 전세난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더 커졌다. 지난 2020년 7월 31일에 맞춰 갱신된 임대차 계약이 당장 만료될 예정인데, 새로운 계약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전세 가격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집주인들은 전세 물량을 거둬들이고 월세 매물로 바꾸고 있는 상황이다.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정비사업으로 인한 이주 수요가 겹칠 경우, 전세난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우려에 새 정부는 임대차 3법 재검토와 함께 공약으로 제시했던 1기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 등에 대한 속도 조절로 당장 우려되는 전세난은 막겠다는 계획이다.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임대차법에 따른 부작용이 현실화하는 시점이 다가온만큼 장기적 대책뿐만 아니라 단기 대책을 통한 전세난 방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라며 “1기 신도시 재건축 역시 이주대란에 대한 대책 마련과 함께 추진될 것이란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