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 영향
서울·경기 아파트 매물 역대 최고 수준
거래절벽 여전…“매도·매수호가 차이 커”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윤석열 정부가 첫 부동산 정책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1년간 유예한 가운데 수도권 아파트 매물이 뚜렷한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12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이날 5만7937건으로 허위매물에 대한 과태료 부과를 시행한 지난 2020년 8월 이후 가장 많다. 이는 대선 직전인 3월 8일(4만9032건)보다 18.2% 많은 수치로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전인 9일(5만5509건)과 비교하더라도 4.4% 늘었다. 적정 매물 수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이지만 서울의 경우 통상 4만건대를 유지해왔는데 올해 3월 초 5만건을 넘어선 뒤 두 달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경기의 아파트 매물도 같은 날 기준 11만2644건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7만7220건)과 비교해 45.9% 늘어난 것으로 서울과 마찬가지로 지난 3월 10만건을 돌파한 뒤 꾸준히 늘어나는 분위기다.
그간 과도한 세 부담으로 고민하던 다주택자가 아파트 처분에 나섰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러나 매물 출회가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와 추가 금리인상 예고, 집값 고점에 대한 우려 등으로 주택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부터 쪼그라든 아파트 매수심리는 대선 이후 새 정부의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집을 살 사람보다는 팔 사람이 많은 상황이다.
실제 일선 중개현장에선 매수대기자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매도자와 매수자 간 희망가격 차가 커 거래가 체결되긴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일반적으로 매물이 쌓이면 가격이 조정되기 마련이지만 매도자가 호가를 낮추지 않고 있어 뚜렷한 시세 하락은 없다고 했다. 정부가 부동산 관련 세 부담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집주인으로서도 급할 게 없는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서 활동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문의 자체가 아예 없다”면서 “급매물을 내놓은 집주인 중 일부는 이달 내 거래가 안 되면 호가를 다시 올리겠다고 한 상황이라 6월 이후 다시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시장기능 회복을 단기 목표로 시중 주택 공급량을 늘리는데 나섰지만 실질적인 가격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정책 영향력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다주택자 일부가 양도세 중과 유예 기간을 활용해 시장에 매물을 내놓겠지만 현재 매도자와 매수자가 생각하는 집값의 격차가 커 거래가 활성화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매도자와 달리 매수 대기자들은 가격 추가 하락 및 대출규제 완화 가능성 때문에 금리 인상기에 급하게 매입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