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스페인은 인류 이동의 종착점으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유럽-아시아-북아프리카가 교류하는 지중해와 지브롤터 해협을 끼고 있다.
또 켈트, 고트족 일부 등 동유럽에 있다가 서부로 이동한 이민족이 많고, 꽤 오랜 기간 훈·몽골·비잔틴 등 동방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기사 하단, 헤럴드경제 리오프닝 특별기획 ‘산티아고 순례길’ 전체기사 목록
특히 북서부 갈리시아는 여기에다 아메리카와 빈번히 교류하는 대서양변이라는 특성도 지닌다. “갈리시아 주의 5번째 도(道:province)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아르헨티나의 수도)”라고 말할 정도로 대항해시대를 주도하면서 아메리카 쪽 문화양식이라는 노하우를 하나 더 가진 것이다.
1200년간 각국의 내륙길 순례자 중 바다 구경(코루냐, 피스테라, 폰테베드라 등)을 꼭 하고 가는 경우가 많은 점도 대서양변 문화가 더 풍부해지는 요인일 수도 있다.
투이 부터 땅끝 피스테라 까지 대서양변 음식을 맛 보자. 해양-내륙 순례길의 중심, 갈리시아 만의 독특하고 풍부한 문화를 강조하는 경우도 많은데, 스페인 대표음식과 비슷한데도 가끔은 “그것과 다른 음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포르투갈길 스페인구간 최남단인 투이 아레알식당이 새우조개 잡탕밥을 메인디시로 올렸기에 “이거 파에야(해산물과 밥 볶음) 아니냐”고 묻자, 주인은 이를 부인했고, 대서양변 폰테베드라의 베이라식당에서도 K스타일의 해산물 볶음밥을 내어왔는데 역시 “파에야가 아니고 갈리시안스타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의 어촌이나 가정집에서 흔히 해먹는 해물 죽, 비빔밥 혹은 볶음밥이었다.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주류 메뉴로 정착한 ‘타르타르(아시아식 육회를 얇게 썬 바게트에 발라먹는 것)’는 아시아의 유산인데, 스페인에서도 자주 만나는 음식이다. 갈리시아 식 타르타르는 해산물소스를 살짝 추가해 더욱 감칠맛이 난다.
투이 아레알식당의 파니니는 육해공 식재료를 마치 오징어두루치기처럼 조리한뒤 얇게 구운 식용 밀페이퍼로 아래 위를 막아서 접시 위에 올린 것이다.
웬만한 갈리시아 식당에서 늘 나오는 것이 이 파니니와 갈리시아 형 타타르(육회), 풀뽀(문어요리)였다. 연어+크림+빵의 조화는 한국에서도 리셉션 다과 때 가끔 보던 와인페어링이다.
폰테베드라 베이라 식당은 메인 디시에 해당하는 모든 것이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다. 소스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서유럽과는 달리, 식재료에 따라, 원래 맛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양념없는 찜이라는 점을 갈리시아 사람들은 잘 안다. 게찜은 한국의 소래포구, 울진 것과 같다. 그들도 우리처럼 게딱지장을 너무 너무 좋아한다.
베이라식당의 메인디시 중 하나인 가리비구이는 껍질 크기 대비 알 크기가 큰 편이다. 알다시피 한국 것은 껍질이 너무 크다. 그냥 구워먹는 한국과는 달리 양념을 살짝 했다. 이 역시 한국의 해물볶음밥-비빔밥을 먹을 때 느꼈던 풍미와 비슷하다.
한국에서 바지락의 가격은 싸다. 땅끝마을 피스테라의 티라도코르델레스토랑의 바지락 요리는 “이 귀한 식재료를 그동안 한국에서 칼국수에 마구 넣어 먹었다니..”하는 후회를 할 정도로 맛있었다. 바지락을 우린 양념과 으깬 감자, 크림이 조화를 부린 소스는 빵을 좋아하지 않는 탐방객에게 조차 ‘빵 도둑’이었다.
한국의 해남 땅끝마을에서 만나는 거북손 요리는 티라도코르델 등 스페인 땅끝마을 식당가에서도 명물로 통한다. 동서 땅끝의 신기한 거북손 인연이다.
산티아고 수산시장 옆 아바스토스 2.0에서 감탄을 금치 못했던 맛조개 요리 ‘리바카스’, 레몬올리브 농어회 ‘루비나’를 땅끝의 이집에서도 맛보게 돼 다행이었다. 다만 이 집 메뉴판에는 갈리시아식 농어회를 ‘세비체(시베스)’로 적어놨다.
해산물 와인 페어링으로, 랍스터는 스페인 남부대서양 해변 과르다, 굴은 셀타비고 팀의 연고지 비고, 갑오징어는 한국의 법성포 같이 대서양 바닷물이 내륙 깊숙이 들어온 소도시 레돈델라 것이 유명하다.
일반적인 스페인 대표음식인 ‘또르띠야 데 파타타(오믈릿 비슷한 빵)’, ‘파바다(걸죽한 콩요리)’, ‘판 콘 토마테’(토마토즙을 바른 바게트), ‘파파스 아루가다스’(삶은 감자), ‘초리소’(스페인식 쏘시지), ‘하몽’(장기숙성 생소고기 슬라이스) 등은 조식을 중심으로 삼시세끼 자주 접하게 된다.
갈리시아는 알바리뇨와 리아스 바이샤스, 블랑코, 리베이로, 몬테레이 등 스페인을 대표하는 와인 7~8종을 보유하고 있다. 투이 테라스 가우다스와 폰테베드라 정원형 와이너리 루비아니스가 알바리뇨, 블랑코, 리아스바이샤스 생산지로 유명하다.
◆산티아고 순례길 헤럴드경제 인터넷판 글 싣는 순서 ▶3월8일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걸으면, 왜 성인군자가 될까 ▶3월15일자 ▷스페인 갈리시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 ▷산티아고는 제주 올레의 어머니..상호 우정 구간 조성 ▶3월22일자 ▷산티아고 대서양길①땅끝끼리 한국-스페인 우정, 순례길의 감동들 ▷산티아고 대서양길②임진강과 다른 미뇨강, 발렌사,투이,과르다 켈트마을 ▷산티아고 순례길, 대서양을 발아래 두고…신의 손길을 느끼다 ▷산티아고 순례지 맛집①매콤 문어,농어회..완전 한국맛 ▷산티아고 순례지 맛집②파니니,해물볶음밥..거북손도 ▷산티아고 순례길 마을식당서 만나는 바지락·대구·감자·우거지…우리집에서 먹던 ‘한국맛’ ▶3월29일자 ▷산티아고 대서양길③돌아오지 못한 콜럼버스..바요나, 비고 ▷산티아고 대서양길④스페인 동백아가씨와 폰테베드라, 레돈델라, 파드론 ▷산티아고 대서양길⑤(피스테라-무시아) 땅끝은 희망..행운·해산물 득템 ▷산티아고 프랑스길①순례길의 교과서, 세브리로 성배 앞 한글기도문 뭉클 ▶4월5일자 ▷산티아고 프랑스길②사모스,사리아,포르토마린,아르수아 ▷산티아고 프랑스길③종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매력들 ▷산티아고 영국길..코루냐,페롤,폰테데움,베탄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