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계속 늘어난다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새벽 잠까지 설치게 한 대선이 끝났다. 선거는 끝났지만, 이제 시작인 게 있다. 바로, 선거 쓰레기들이다. 공보물, 현수막, 투표용지, 일회용 비닐장갑, 벽보, 어때 띠까지. 선거가 끝나면 패배하면 패배한 대로 승리하면 승리한 대로 또 이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릴 예정이다. 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논란. 그러면서도 오히려 늘어만 가는 쓰레기들. 또 이대로 다음 선거를 맞이해야 할까?
공직선거법 67조에 따르면, 선거 때 후보자는 선거구의 읍·면·동 수의 2배 이내에 현수막을 걸 수 있다. 오히려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현수막이 늘었다. 2018년 선거법 개정 전엔 읍면동마다 1개씩 가능했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따라 현수막 크기도 10㎡ 이내로 규정돼 있다.
거리 현수막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이지만, 모든 국가에 만연한 문화는 아니다. 미국, 유럽 등에선 선거 현수막을 찾기 힘들다. 법적으로 규제해서 없는 게 아니라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강하고 홍보 수단의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자율적 판단에서다. 국내에서도 과거엔 현수막을 쓰지 못하게 제한한 시기도 있었다.
종합하면, 현수막의 효용성은 상대적이란 데에 있다. 꼭 필요한 절대적 홍보수단이 아닌, 습관과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전면 폐지가 어렵다면, 현수막 수 규제를 강화하거나 크기를 줄이는 절충안도 있다.
선거 벽보는 어떨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벽보가 설치된 장소는 총 8만4884곳. 이를 한 곳에 모으면 서울월드컵경기장 면적의 11배에 이른다. 길이는 서울에서 부산 왕복거리에 맞먹는다. 선거가 끝난 10일, 우린 당장 서울월드컵경기장 11배에 달하는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셈이다.
공직선거법엔 벽보에 대한 규정도 상세히 명시하고 있다. 후보자 사진, 성명, 기호, 경력 등을 적어야 하며 동은 인구 500명당 1매, 읍은 인구 250명당 1매, 면은 인구 100명당 1개 비율로 제작한다. 가로 0.52m·세로 0.76m의 규격 등에 따라 이번 대선의 14명 후보자와 벽보주의문 등을 포함해 길이 10m에 이르는 20대 선거 벽보가 탄생했다.
선거 공보물도 마찬가지다. 이번 대선에서 쓰인 선거 공보는 총 4억부에 이른다. 책자형 선거공보가 2억9000만부, 전단형 선거공보가 1억850만부다. 뜯지도 않은 채 버려지는 선거공보물이 부지기수다. 책자형 공보물은 후보자의 의무사항이기도 하다. 인쇄물을 없앨 수 없다면, 꼭 필요한 유권자에게만 줄 순 없을까? 모든 세대에 의무 발송하는 게 아닌, 거리 곳곳에 비치해 필요한 이들이 챙겨가는 전환은 불가능할까? 그런 고민과 시도는 언제 이뤄질까?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지난 9일 본 투표를 앞두고 일회용 비닐장갑을 쓰지 말자는 운동을 제안했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유권자가 전부 이를 쓴다고 가정할 때 약 8800만장이 사용될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 투표 현장에선 곳곳의 제로웨이스트 운동가들이 비닐장갑 사용 대신 손을 깨끗이 씻고 소독제를 잘 쓰자는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시대 유권자들의 환경 감수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나마 비닐장갑은 코로나 확산과 국민 건강이 연관돼 있다 하더라도, 현수막, 벽보, 공보물 등은 당장 정치권의 합의만 이뤄낸다면 개선할 수 있는 영역이다. 매 선거 때마다 반복됐고, 이번에도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물론, 다른 주요 후보들은 모두 대선 전 헤럴드경제와 그린피스가 공동 진행한 환경 부문 공약 질의응답에서 “선거 홍보 효과 감소나 투표율 감소 등의 부작용을 감안하더라도 종이 공보물이나 현수막 등 선거 관련 폐기물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과연 지켜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