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 제재’ 항공기 부품 수급 난항 가능성
여객·화물 등 차질…우회 시 연료비 부담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유럽을 중심으로 대(對)러시아 항공 제재에 나서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 역시 대러 제재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긴장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3월 3일 모스크바로 운항하는 국제선 여객 노선 운항을 지속할지 여부를 내부적으로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운항 시점까지 시간이 남아 있고, 화물기도 운항 중인 만큼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목요일 주 1회 모스크바 노선을 운항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모스크바 등 러시아 여객 및 화물 노선을 운항하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이 모스크바 노선 운항을 중단할 경우 기업인 등 시급한 이동 수요와 화물 운송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대한항공이 해당 노선의 운항을 중지하는 것을 검토하는 이유는 유럽 각국이 러시아 항공기의 영공 진입을 막는 한편, 자국 항공기의 러시아 운항을 중단하는 제재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어서다.
실제 27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역내 영공에서 러시아 항공기의 이착륙과 비행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영국과 발트 3국은 선제적으로 자국 영공 내 러시아 항공기 운항을 금지했다. 독일 교통부도 이날부터 3개월 간 러시아 항공기와 항공사를 상대로 자국 영공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캐나다 역시 이날 자국 영공 폐쇄를 선언했다.
그 외에도 프랑스, 이탈리아, 불가리아, 체코, 슬로베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벨기에,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루마니아 등이 러시아 항공기의 자국 영공 진입을 막았다.
독일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와 프랑스의 에어프랑스, 네덜란드 KLM, 핀란드 핀에어 등 유럽 주요 항공사도 러시아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중국과 한국, 일본으로 운항하는 아시아 노선 역시 러시아 영공을 우회하기로 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영국과 불가리아, 폴란드, 체코 발 항공기에 대해 자국 영공 진입을 불허하는 등 보복에 나섰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아직 러시아 항공사에 대한 영공 진입을 차단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러시아 정부 역시 우리 항공사에 대한 보복조치를 하지 않았다.
대러 경제 제재 내용에 주요 항공기 부품 수출이 금지 된다는 점도 문제다. 최악의 경우 우리 국적 항공기가 모스크바 등 러시아 공항에 착륙했다가 기체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부품이 없어 정비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네덜란드 항공사 KLM은 같은 이유로 러시아로 향하던 소속 항공기 2대를 긴급 회항 시켰다.
우리 정부가 대러 제재 동참을 선언한 만큼 유럽을 향하는 다른 노선 역시 안전을 위해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지 않고 우회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지 않으려면 북극항로를 이용하거나 중앙아시아 쪽을 통과하는 우회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며 “이 경우 항공유 가격이 배럴 당 110달러를 돌파하는 상황에서 연료비 부담이 가중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