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발표 주요 17개社 중 52% 여성

조직 다양성·전문성·소프트파워 강화

8월시행 개정 자본시장법 대응 차원도

더 거세진 사외이사 ‘女風당당’ [비즈360]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업들이 임기 만료된 사외이사들의 교체 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오는 8월 시행되는 개정 자본시장법에 대비, 신규 추천 이사 중 절반이 여성으로 꾸려지고 있다. 기업들은 이를 통해 경영의 다양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여성 이사들의 전문성과 소프트파워를 활용,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대응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국내 기업들은 정기 주주총회 소집 결의를 공시하면서 신규 선임 사외이사 후보자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 LG화학, 포스코, SK이노베이션, KT 등 17개사에 따르면 이달 이들 회사가 공개한 신임(재선임 제외) 사외이사 내정자는 총 25명으로 이 중 13명(52%)이 여성이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16일 열리는 주총에서 한화진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석좌교수와 김준성 전 싱가포르투자청(GIC) 국장을 새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한 교수의 추천 사유에 대해 “1993년 한국환경연구원의 창립멤버로 2009~2010년 대통령실 환경비서관을 역임한 기후·환경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성을 가지고 크게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삼성전기도 같은날 주총에서 이윤정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신임 사외이사로 세울 예정이다. 이 변호사 역시 현재 한국환경법학회 부회장과 환경부 고문 변호사를 맡고 있는 환경 분야에 소양이 깊다.

더 거세진 사외이사 ‘女風당당’ [비즈360]

LG화학은 지난 22일 이현주 KAIST 교수(생명화학공학과)와 조화순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과)를 신임 사외이사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LG화학은 이 후보자에 대해 “국제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젊은 학자”라며 “화학 분야 전문가로서 회사의 의사결정에 중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의 선임 배경과 관련해서는 “과학기술정책과 미래 거버넌스 연구에 조예가 깊다”며 “정치·과학기술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사업 자문 및 대외 네트워크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의 여성 사외이사 추천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SK이노베이션도 이날 두명의 신임 사외이사 후보자(김태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박진회 전 씨티은행장)를 소개했다. 회사는 여성 학자인 김 교수의 추천 사유에 대해 “기업 지배구조 전문성을 활용, ESG 중심 경영 및 거버넌스 스토리 고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이사회의 남성 편중도가 높았던 조선사들도 여성 전문가들 영입에 나서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1일 하버드대 출신의 조영희 엘에이비파트너스 변호사를 새 사외이사로 추천했고,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도 각각 박현정 한양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와 김성은 경희대 교수(회계·세무학)를 후보 명단에 올렸다. 한국조선해양은 조 후보자에 대해 “법률 전문가로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어 회사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고 회사의 경영에 대한 감독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밖에 한화시스템(황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 LG디스플레이(강정혜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LG이노텍(이희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LS일렉트릭(송원자 수원대 경영학과 교수), 오뚜기(선경아 가천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등도 여성 후보자를 이사회의 새 구성원으로 발표했다.

2020년 국회를 통과한 개정 자본시장법은 올 8월 공식 시행에 들어간다. 이 법(제165조)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이 이사회를 조직할 경우 이사 전원을 남성 등 특정 성(性)으로 구성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더 거세진 사외이사 ‘女風당당’ [비즈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