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업체들 진입장벽 낮추고 ‘구매욕 충전’
상한선 조정…브랜드별 ‘보조금 전략’ 차별화
“보조금 연연하지 않아” 초고가 시장도 ‘활활’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전기차 보조금을 두고 완성차 업체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올해 정부의 보조금 지침 개편안에 따라 보조금을 100% 지급받을 수 있는 전기차의 가격이 조정돼서다. 아울러 한정된 예산이 소진되기 전에 차량을 고객에게 하루빨리 인도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이에따라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맞춰 가격을 책정하거나, 보조금 100%를 포기하더라도 뛰어난 품질 경쟁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차별화 전략도 두드러진다. 전기차를 사려는 소비자들 역시 늘어난 선택지에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시장에 전기차 신차들이 대거 쏟아진다. 지난해 출시된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제네시스 GV60에 이어 한국지엠 볼트EUV와 신형 볼트EV, 쌍용차 코란도 이모션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수입차 업체 역시 테슬라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볼보, 폴스타 등이 전기차 신모델을 잇달아 출시한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기준 대당 보조금 최대치는 8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하향된다. 보조금 100% 지급 차량가액 상한선은 5500만원으로, 보조금 50% 지원 대상은 5500만~8500만원으로 낮아진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의 경우 보조금 100% 기준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국고 보조금 7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서울시 200만원)까지 합하면 최대 900만원을 지원받는다.
다만 제네시스 GV60은 차량 가격이 5990만원이라 50%밖에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상한선(6000만원)에 맞춰 GV60을 5990만원에 출시했지만, 올해 기준이 바뀌면서 소비자들은 그 혜택을 절반만 누릴 수 있게 됐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QA 역시 5990만원으로 보조금 50% 지급 조건에 해당한다. 지난해 100% 기준에 맞춰 5990만원이란 가격을 내세웠으나, 올해는 혜택이 절반으로 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완성차 업체들은 정부의 새 기준에 맞춰 신차를 선보이고 있다. 쌍용차는 자사의 첫 전기차인 코란도 이모션을 4056만원에 출시했다. 쌍용차 코란도 이모션을 서울시에서 구매할 경우 855만원(국비 665만원, 시비 190만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국지엠도 볼트EV와 볼트EUV를 각각 4130만원, 4490만원에 출시한다.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앞세워 고객들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서울시에서 구매할 경우 각각 3230만원, 3629만원에 차를 소유할 수 있다.
올해 국내 시장에 처음 진출한 폴스타는 폴스타2의 가격을 5490만원으로 책정, 보조금을 최대한 끌어내 고객들의 선택을 받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폴스타2에는 국비 보조금이 591만원 배정됐다.
반면 100% 보조금 기준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브랜드들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볼보다.
볼보는 볼보의 첫 순수전기차 C40 리차지를 국내에 선보이며 “보조금 100%를 받지 않더라도, 미국, 독일 등 타 국가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했다”고 강조했다.
C40 리차지는 6391만원으로 보조금 50% 구간에 해당하지만, 미국보다 890만원, 독일보다 2200만원 저렴해 핸디캡을 상쇄할 수준이라는 것이다.
보조금을 아예 포기하고 초고가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수입차 브랜드도 상당수다. 포르쉐 타이칸의 경우 기본 모델의 추가가 1억4560만원부터 시작해 보조금 대상이 아니지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가장 많이 판매된 수입 전기차는 포르쉐 타이칸이었다. 138대로 2위 메르세데스-벤츠의 EQA(84대), 3위 BMW의 iX3(61대)를 크게 앞질렀다.
올해 본격적으로 인도가 시작된 메르세데스-벤츠 EQS, BMW iX 등은 모두 1억원을 훌쩍 넘긴다.
아우디 역시 지난해 1553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는데, 이중 1499대가 1억원 이상 전기차다.
업계에선 올해 국내 전기차 시장이 보급형과 고급형으로 양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1억원이 넘는 초고가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진 브랜드와 정부의 보조금 100% 기준에 맞춰 대중성을 확보한 차량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