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중국 광둥성 선전시 주민 마(馬)씨는 18일 외출을 하려고 휴대폰의 건강코드를 켰는데 주황색으로 바뀌어 있어 깜짝 놀랐다. 그는 최근 위험지역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 시의 콜센터에 문의해보니 해외에서 온 택배를 접촉했기 때문이라며, 48시간 내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선전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마씨처럼 해외 택배를 받았다가 건강코드 색이 바뀌어 검사를 했다는 사람들의 글이 급증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해외 배송 택배를 아직 받지도 않았는데, 건강코드 색이 바뀌어 검사를 해야했다”고 호소했다.
중국은 녹색-주황색-빨간색 등 3개 단계로 된 디지털 큐알(QR) 건강코드를 통해 사람들을 관리하고 있다. 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 건강코드 색깔이 녹색이어야 한다. 확진자와 밀접접촉자 등으로 분리될 경우 색깔은 주황색이나 빨간색으로 변한다. 이 경우 코로나19 의무 검사와 격리가 요구된다.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은 물론, 공공장소 출입도 통제된다.
중국 네티즌들은 “그렇다면 운송, 분리, 택배기사는 모두 주황색이겠네”,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도시 하나가 봉쇄 당한다” 등의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 15일 베이징에서 나온 첫 오미크론 확진자가 해외 택배를 통해 감염됐다는 베이징 당국의 주장을 근거로 발생하고 있다. 이 확진자는 발병 전 2주간 베이징을 떠난 적이 없으며, 함께 살거나 일하는 사람 중에 확진자가 없었다.
이에 베이징시 방역 당국은 해당 확진자가 업무중 국제 우편물을 취급하면서 감염된 것으로 단정했다. 지난 7일 캐나다에서 발송돼 미국, 홍콩을 거쳐 베이징에 도착한 국제 우편물에서 코로나19 검사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점을 근거로 밝혔다.
베이징시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강한 나라로부터의 해외 물품 구매를 최소화하고, 우편물을 받을 때 배달 요원과 안전거리를 유지하라고 당부했다.
중국은 코로나19 펜데믹 기원 논란 속에 냉동 연어 등 해외 수입품을 통한 전파 가능성을 거듭 주장해왔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그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문제의 캐나다발 택배와 관련해서 캐나다의 감염병 전문가인 제럴드 에반스는 영국 브리스톨대의 연구 논문을 인용해 “바이러스는 공기에 노출된 뒤 20분이 지나면 감염능력을 90%를 상실한다”면서 “믿을 수 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캐나다 토론토대 감염유행병 전문가인 콜린 퍼니스 역시 “바이러스는 종이에서 1~2일 밖에 생존할 수 없다”며 해외 택배를 통한 감염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