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중국의 한 유명 경제학자가 돈을 더 찍어 출산을 지원하자는 파격적 주장을 내놔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 발언 후 그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이 삭제돼 이번에는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명 경제학자 런저핑(任澤平)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가 12일 밤 갑자기 금지 계정으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그의 웨이보 첫 화면에는 “해당 사용자가 법률과 법규를 위반해 현재 글을 쓸 수 없는 상태”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웨이보 측은 런저핑이 어떠한 법규를 위반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WSJ과 일부 중국 언론사는 그에게 전화도 해봤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런저핑은 디폴트 상태인 헝다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바 있다. 지난해 3월 헝다를 나온 후 둥우(東吳)증권에 몸 담고 있다. 런저핑은 팔로워 350만 명을 거느린 영향력 있는 인사다.
그의 계정이 갑자기 폐쇄된 것은 최근 그의 발언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지난 10일 런저핑은 인구 정책 보고서에서 중앙은행이 2조위안(373조 원)을 찍어 출산 장려 기금을 조성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그는 기금 운용을 통해 향후 10년에 걸쳐 총 5000만 명의 아이가 더 태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조위안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3% 수준이다. 중국에서는 저출산으로 인한 급속한 노령화가 장래 경제 발전의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는 “이 방법은 국민과 기업, 지방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는 유일하고 가장 현실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관영매체와 학자들은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며 그를 강하게 비판했다. 온라인에서도 찬반을 놓고 열띤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회적 이슈를 몰고 올 정도로 파장이 큰 만큼 중국 정부도 주시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WSJ은 런저핑의 웨이보 차단은 시진핑(習近平) 정권이 최근 들어 온라인과 언론에 대한 단속을 강하게 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5년에 한 번 열리는 올해 20차 당 대회에서 전례 없는 3연임을 선언하며 장기집권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외부에서는 중국 당국의 언론 검열이 ‘인권’이나 ‘소수민족’ 같은 민감한 문제 뿐 아니라 인구구조와 출산율과 같은 보편적인 문제까지 확산됐을 것이라고 저널은 분석했다. 웨이보 계정 삭제의 경우 정부 검열에 따른 것도 있지만, 업체가 자체 검열 수위를 높여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을 알아서 삭제하고 있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