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예상을 깨고 중기대출창구금리(MLF)를 전격 인하했다. 202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정책금리를 낮춘 것으로, 시장 안정을 위해 완화된 통화정책을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민은행은 17일 1년 만기 MLF 대출 금리를 기존 2.95%에서 2.85%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앞서 시장에서는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이 지난주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 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70%에 해당하는 34명은 MLF금리 동결을 예상했었다.
이번 금리인하는 이날 만기가 도래한 5000억위안 중기대출에 적용된다.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은행시스템에 새로 순유입된 자금은 2000억위안이다.
MLF는 인민은행이 시중 은행에 자금을 공급해 유동성과 금리를 조절하는 정책 수단이다. MLF 금리가 낮아지면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대출해 주기 위한 자금의 원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따라서 MLF 금리 조절을 통해 사실상 기준금리 성격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조절할 수 있다. 이번 MLF 금리 하향 조정으로 오는 20일 취합 발표되는 1월 LPR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된다.
인민은행은 7일짜리 역레포 금리도 2.20%에서 2.10%로 낮춰 1000억위안의 역레포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날 만기가 도래에 흡수된 단기유동성은 100억위안이다. 역RP는 통화 당국이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발행된 국채나 정부보증채 등을 사들이는 공개시장 조작 중 하나다.
인민은행의 정책 금리 인하는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 발표에 앞서 단행됐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0%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충격이 한창이던 2020년 2분기 이후 1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4분기 성장률은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3.6%보다는 소폭 높다.
중국의 작년 분기 성장률은 기저효과에 힘입어 1분기 18.3%까지 올랐다가 2분기 7.9%, 3분기 4.9%, 4분기 4.0% 등으로 뚜렷한 경기 둔화 추세를 보였다.
2021년 중국의 GDP는 114조3670억위안(약 2경1442조원)으로 전년보다 8.1% 증가했다. 증가율은 블룸버그 집계 시장 전망치인 8.0%에 대체로 부합했다.
중국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중국 성장률이 올해 8.0%를 기록한 뒤 내년 5.3% 안팎으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기 집권시대를 열 올가을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은 작년 말 정치국 회의와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안정 성장'을 최우선 기조로 정하고 경기 급랭의 주된 원인인 부동산 규제 완화를 예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