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의 남산공방]명품 방위산업 시대를 준비하면서

얼마 전 한국형 전투기 ‘KF-21’ 개발 분담금에 대한 인도네시아와의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우리의 방산 수출 역사에서도 명품 전차와 명품 자주포 등에 이어 명품 전투기도 등장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친김에 명품 무기 체계뿐 아니라 명품 방위산업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명품 방위산업이라면 강대국들의 방위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사실 그들과 우리의 방위산업 간에는 차이점이 있기는 하다. 우리 방위산업의 특징은 먼저 무기 플랫폼의 수입 대체를 위한 국산화에 있다. KF-21과 같은 전투기를 국내 개발하지 않고 외국에서 직도입할 경우 구매비용에 판매국의 연구개발비용까지 포함될 때가 많고, 도입 이후에도 전투기 성능 업그레이드와 후속 군수 지원 등의 비용이 계속 판매국에 주어질 때가 많다. 그러므로 무기 플랫폼을 국산화는 국방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와 KF-21 공동 개발처럼 방산 협력을 통한 수출 효과도 있는데, 이러한 방산 수출은 국가경제 신성장동력으로 간주된 적도 있다.

그런데 강대국 방위산업에서는 다소 다른 효과를 추구한다는 특징이 있다. 우선 수입 대체 목적의 국산화보다 군사기술의 범세계적 지배력을 목표로 국산 무기를 개발하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방산 수출을 경제적 이익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무기 이전 자체를 회유와 압박의 수단으로 삼아 무기 수입국가의 정책을 변화시키려는 특징도 지닌다.

이 같은 차이점은 강대국 방위산업이 지닌 기술 우위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에 그들의 기술 우위에 있어서 고민이 있어 보인다. 미 상원 군사위원장이었던 매케인 의원의 수석보좌관 브로스의 최근 저서 ‘더 킬 체인’에서 미국 방위산업의 고민이 보이는 것 같다. 이 책은 미국의 군사기술 우위에 필요한 최첨단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기술은 모두 방위산업체가 아니라 민간 기업에 존재하는데 미국의 관료들과 거대 방산기업들은 플랫폼과 하드웨어에 천착해 민간의 앞선 기술을 활용 못한다고 한다. 즉 강대국 방위산업이라도 민간의 첨단 기술과 노하우와 협업해야만 오늘날의 군사기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강대국의 고민은 오히려 우리 방위산업에 있어 이들과의 격차를 해소할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강대국 방위산업이 직면한 문제점을 우리가 지금부터 선제적으로 고민한다면 우리 방위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까지처럼 방위산업과 민간 분야 간 스핀온, 스핀오프식 상호 기술 파급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민간 벤처, 스타트업, 방위산업기업 엔지니어들이 군사전문가들과 함께 새로운 작전 개념에 적합한 네트워크 솔루션을 탐구하는 협업의 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처럼 민간의 노하우와 첨단 기술을 방위산업과 접목시킬 수 있는 산업생태계가 조성된다면 우리 방위산업도 강대국의 대열을 향해 진일보할 준비가 이뤄질 것이다. 이제는 명품 전투기 시대를 넘어서 명품 방위산업 시대를 준비할 때다.

김광진 전 공군대학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