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빛고을 광주광역시 도심 반경 5㎞는 거대한 갤러리 화랑이자 K팝-조선팝의 거대 공연장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전일빌딩245를 중심으로 남쪽에 K팝스타의 거리, 아시아음식문화지구, 뷰티-쇼핑거리, 북쪽에 대인예술시장, 예술의거리, 비움박물관, 북동에 동리단길, 남동에 남광주시장, 서쪽엔 한복의 거리가 포진해 있고, 그 사이로, ‘쓸모 없는 건축물의 예술적 재생’ 즉 ‘폴리(Folly) 아트’ 31개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모자이크 기둥 한번 돌리면 내 작품= 광주영상복합문화관 꼭대기의 뷰 폴리 ‘CHANGE’는 예술옥상이다. 대형 모자이크 세로 판을 돌려 내 맘에 드는 색감을 고르고 옆 친구가 고른 색감과 조화를 도모한다. 판 돌린 사람이 작품의 임자가 된다.
그리고 나서 도보여행 하는 동안 이곳을 올려다보면 ‘내 것’ 같은 뿌듯함을 느낀다. 가변형 ‘CHANGE’ 판 뒤에는 핑크빛 나선형 거대 강철조각품 사이로 시민-여행자 휴식공간을 만들어 두었다. 뷰 폴리가 있는 건물에선 오는 24일까지 일정으로 독립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4차에 걸친 폴리의 예술적 재생을 통해 31개의 폴리가 생겼다. 광주읍성의 인정, 민주주의, 아르누보 식 ‘일상과 예술의 조화’, 빛고을 다운 빛의 미학 등 속뜻과 외양을 담았다.
100여m만 걸어도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폴리 찾기 도보여행’은 요즘 전국 MZ세대 청춘들의 챌린지로 뜨고 있다.
▶둥근 네모 같은 형용모순의 열린 장벽= 소통의 오두막, 99칸, 열린 장벽, 잠망경과 정자, 유네스코화장실, 틈새호텔, 꿈집, 무등의 빛, 소통의 문 등 이름만 들어도 정감이 간다. 둥근 네모 같은 형용모순의 ‘열린 장벽’(김세진·정세훈)은 마치 성벽의 돌처럼 길고 짧은 직육면체 LED등(燈)이 하늘을 향해 박혀 있다. 기발한 창의성을 인정받아 폴리 공모전 대상을 받았다.
승효상, 이이남, 조성룡 등 국내 저명 건축가와 세계적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 도미니크 페로, MIT건축대학장 나데르 테라니 등이 참여했다.
요즘 방콕에서 한달 내내 영상홍보 중인 한옥에 세계인들의 환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옥 마니아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는 금남공원 앞 인도에 금남로의 활기와 한옥의 미학을 조화시킨 폴리를 만들었다. 많은 유동 인구가 활기찬 모습을 보이는 게 시샘이 난 듯, 제목은 ‘유동성 조절’이다.
어린이 키 만한 자연석 3개를 쌓고 초록,검정,파랑색을 입힌 ACC매직마운틴은 한국의 고인돌, 무등산 주상절리에서 영감을 받아 자연과 인공의 차이와 유사함을 말해준다.
▶추억의 거리에도 기승전-오징어= 동구 문화전당로 전일빌딩245-민주의 종각 사이엔 ‘추억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오징어게임’의 초록트레이닝복을 입은 도우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세대화합의 장이다.
시내버스 회수권을 들고 3번 버스를 통과하면, 포니승용차 앞에 주산부기학원, 모나미문구사, 핑퐁탁구장, 까치만화방, 동명이발소, 현대예식장이 40년전 모습으로 서 있다.
추억의 거리, 서석국민학교 교실 안에선 저마다 학창시절을 되새기듯 칠판에 무언가 열심히들 적고 ‘456’ 등번호의 오징어추리닝맨이 ‘담탱이 쌤’ 처럼 서서 지켜본다. 달고나 대형 조형물이 이 작은 테마파크의 대미를 장식한다. 요즘 어디든 기승전-오징어다.
▶유노윤호의 꿈터와 화성인 이야기= 추억의 거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K팝 스타의 거리’와 동방신기 유노윤호, 방탄소년단 제이홉 등이 청소년시절 연습하던 조이실용예술학원이 있다. 지금도 이곳에선 많은 수강생, 연습생이 작곡, 댄스, 노래 실력을 키워가고 있다.
잠시나마 광주의 밤 클럽 댄스문화가 전국적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대한민국 1%에 해당하는 신인류들의 특별한 능력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프로그램, tvN ‘화성인 X파일’에 춤의 달인이 출연했고, 그가 광주 구시청 네거리 클럽의 단골손님이며 이 프로그램을 이곳에서 촬영하는 바람에 벌어진 센세이션이었다. 지민과 정국, 광안리 서핑 등 이미지 때문에 부산은 춤과 연관지어도 괜찮은 것 같은데, 광주와 춤은 좀처럼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았었다. 어쨌든 이 클럽‘사건’, 광주 춤꾼의 활약상은 빛고을의 이미지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꾼 것 같다. 10~11년 된 얘기니까 제이홉이 한창 K팝스타의 재능을 연마하던 때로 추정된다.
▶우연의 일치인가, 기적인가= 1980년 헬기 기총소사의 희생지 전일빌딩245의 내부 꾸밈은 역사의 자취와 오늘의 모습에 여러 장르의 예술을 입힌 ‘연쇄극’ 같은 느낌이어서 신선하다.
이곳은 광주전남 관광정보를 얻을 수 있는 남도관광센터, 노트북과 태블릿 등으로 DVD 영상을 즐길 수 있는 디지털정보도서관, 시민문화공간인 시민플라자(지하1~지상4층), 문화산업 혁신성장 생태계조성을 위한 광주 콘텐츠허브(5~7층), 전일마루 및 굴뚝정원(옥상, 8층) 등을 갖춘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야경맛집인 전일빌딩 옥상, 전일마루에선 사각 두바이 프레임을 연상케 하는 오각 프레임 속에 빛고을의 야경을 담을 수 있다.
그런데 말이다. 전일빌딩245라는 명칭은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으로 245개의 탄흔이 발견됨에 따른 것이라는 게 공식적 설명이지만, 우연의 일치가 주는 신비감도 있다. 전일빌딩은 245개 탄흔이 확인되기 수 년 전, 도로명 주소로 재정비할 때 순서대로 지번을 붙였는데, 금남로 245번지였다.
‘예향’ ‘의향’ ‘미향’ 강좌, 노래전시회, 광주의 다섯가지 매력을 문화로 풀어 낸 교양 프로그램 ‘오매(五魅)광주’ 등 문화교양의 메카로도 기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