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한국은 커피 소비가 많은 나라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우리나라 성인의 1년 커피 소비량은 353잔으로 세계 평균(132잔)의 3배에 달한다.
한국인의 커피 사랑도 유별나지만 커피를 즐기는 차원을 넘어 커피 없이는 못사는 ‘커피광’들도 있다. 전 세계 소문난 커피광들, 이들은 그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어떤 일까지 벌였을까.
▶커피마시려 비행기 착륙? 커피광 조종사
비행기를 몰다 커피 때문에 무작정 착륙한 조정사가 있다. 지난 2015년 중남미 푸에르토리코에서 경찰 신속대응팀은 “맥도날드 매장 옆에 경비행기가 내려앉았는데 사고를 당한 것 같다”는 신고전화를 받았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달려갔지만 맥도날드 옆 녹지에는 2인승 경비행기만 서있었고 아무도 없었다.
주변을 수색하던 경찰은 맥도날드에서 태연히 커피를 마시고 있는 조종사들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비행을 하던중 커피 생각이 났고, 이에 경비행기가 착륙할 만한 맥도날드로 방향을 튼 것. 당시 현지 언론은 “두 사람은 과거에도 종종 이런 식으로 비행 도중 커피를 즐겼다”고 전했다.
▶우주에서도 커피는 마셔야해
무중력 상태에서도 커피를 마실수 있을까. 지난 2014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의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소유스’ 로켓에는 커피머신이 실렸다. 이에 따라 우주선에 탑승한 3명의 사람은 인류 최초로 우주에서 에스프레소 커피를 맛보는 주인공이 됐다.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인 ‘라바짜’(lavazza)와 우주식 전문 공학회사인 ‘아르고텍’이 만든 ‘ISS 프레소’ 커피머신은 무중력에 가까운 극미중력(microgravity)에서도 작동할 수 있게 제작됐다. 이 커피 머신에는 특별제작된 ‘외계용’ 캡슐이 들어있다. 이 특별한 커피는 무중력상태에서 커피가 공중에 날아다니지 않도록 컵이 아닌 봉지에 담아 마셔야 한다.
▶커피와 한 여자를 사랑한 남자, 발자크
역사속 커피광에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프랑스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 (Honore de Balzac)이다. 커피를 다량 섭취한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볼테르처럼 타고난 커피체질이 아니었지만 용감하게 커피를 마시다 결국 비운의 남자가 되버린 인물이다.
발자크는 하루에 커피를 수십 잔이나 마셨는데 이는 한 여자와 연관이 있다. 유부녀였던 한스카 폴란드 백작부인을 사랑한 발자크는 남편이 죽고나면 결혼하겠다는 그녀의 약속때문에 결혼비용을 마련하고자 하루 15시간 이상 글을 썼다. 고된 하루를 버티기 위해서 그에게는 다량의 커피가 필요했던 것이다.
결국 발자크는 18년의 구애 끝에 51세에 결혼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는 카페인 중독과 과로로 인한 건강악화로 결혼한 지 5개월 만에 숨을 거뒀다.
▶‘차를 좋아하는 형’ 다형(茶兄)이라 불린 김현승
“나의 시는 커피 감정(鑑定)만큼 최고의 경지에 이르지 않았다”
지인에게 이 말을 자주한 커피광은 바로 ‘가을의 기도’로 유명한 시인 김현승이다. 그가 술과 담배를 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커피’를 최대치로 즐기기 위한 것이었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다. 시인은 커피가 매우 낯설었던 당시 시절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커피를 즐길 줄 알았다. 최근 유행하는 ‘더치커피’ 방식으로도 커피를 마셨다고 알려져 있다.
시인은 가장 깊은 고독의 상태에서 커피를 즐겼다. 생전에 커피를 너무 좋아한 시인의 호는 ‘차를 좋아하는 형’(다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