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 전 공군대학 총장
지난주에 최초 국산기술에 의한 한국형 우주발사체가 발사되면서 많은 국민들이 관심과 격려를 보낸 바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우주력은 1990년대 과학 로켓과 국산 위성 제작을 시작으로 이제 중형 통신위성을 자체 설계하고, 순수 국산 우주발사체를 제작하는 수준까지 도달해 있다.
그런데 공군의 미래 우주력 계획인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직접 설계했던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이제는 우리도 더 포괄적으로 우주 개발을 설계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우주를 향한 도전은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에 따른 연구와 탐사 위주로 진행되어와서, 우주를 통한 과학기술 발전이 핵심 목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주 우리의 우주발사체 비행시험에 즈음하여 북한이 SLBM 시험 발사를 했듯이, 우주는 과학기술 발전의 대상만이 아니라 안보의 현장이기도 하다. 실제로 현대 군사력의 관건인 신뢰성 있는 지휘 통제 및 통신과 정보 공유는 위성에 의존하고 있고, GPS 위성 신호를 사용하는 정밀타격과 장거리 항법, 위성의 정찰감시와 미사일 경보 등 우리 안보는 우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과거 진주만 기습 당시의 충격을 빗대어, 우주력이 적에게 기습받는 것을 스페이스 진주만 충격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또한 오늘날은 뉴 스페이스라는 용어가 화두가 되었는데, 이것은 급속도의 기술 혁신이 위성 제작과 발사 비용을 감소 시켜 줌에 따라 민간 기업도 세계 우주 시장에서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즉 뉴 스페이스 시대의 우주를 통해 경제 발전 기회가 생겨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의 우주 개발에는 우주를 통한 과학기술 발전, 안보 증진, 경제 성장을 잘 조화시키기 위한 전략이 요구된다. 마치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이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제안한 것처럼, 지금은 우주 삼분지계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 실정에 적합한 우주 삼분지계는 우주에서 과학기술, 안보, 시장 경제의 세 가지 분야를 조화롭게 발전시킬 수 있는 중장기 전략 설계를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 이렇게 될 때, 개별 우주 개발 프로그램들도 지엽적인 논쟁을 벗어나 전략적으로 평가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군집형 초소형 위성 개발 프로그램의 경우, 안보 관점에서는 소수의 고비용 첨단 정찰위성의 필요한 숫자 부족이라는 제한사항을 다수의 저비용 위성으로 보완해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과학기술과 경제 성장 관점에서는 세계 시장의 진입장벽이 아직 낮은 초소형 위성 분야를 공략할 수 있는 기술 경쟁력 확보와 함께 대규모 생산에 의한 경제적 이익이 평가될 수 있다.
이렇듯 우주 삼분지계를 통한 중장기 우주개발 전략은 고가치 첨단 위성 프로그램과 저비용 다수 초소형 위성군 프로그램이 상생하는 길을 찾게 해줄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균형적인 국가 우주 개발은 최근 부상하고 있는 안보 개념인 통합억제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통합억제는 올해 4월 미국의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공식 발언한 바 있는데, 억제를 위해 군사력뿐 아니라 외교, 경제, 과학기술까지 모든 능력을 통합하며 미국의 동맹국들 협력까지 포함하겠다는 의미이다. 우주의 과학기술 발전, 안보 증진, 경제 성장을 조화시키는 전략은 우주에서의 군사 안보 능력에 과학기술과 비즈니스 역량 등 비군사적 능력까지 통합시킬 것이다. 여기에 세계 최대 우주력 보유국인 미국과의 한미동맹을 활용한 기술 협력 기회까지 더해진다면 우리 안보에 필요한 통합억제력은 한층 더 증대될 것이다. 이제 지난주에 있었던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비행시험을 계기로 우리도 우주 삼분지계와 통합억제를 생각하며 우주 개발 전략을 설계할 때를 맞이하고 있다.
김광진 전 공군대학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