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네덜란드 수교 60주년…“한국 국제적 위상 비교 불가”
“한국, 경제적·군사적으로 놀라운 성장…한국이 유럽에 기여”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유엔군 파병을 의결한 가운데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에 전개돼 있던 구축함 에버트센(Evertsen)호를 한국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에버트센호는 7월 19일 한국에 도착해 한국에 파병된 네덜란드 1개 보병대대와 함께 각종 전투에 참여했다.
네덜란드는 대대급 부대를 보낸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대대장이 전사하는 등 큰 희생을 치러야 했다.
당시 참전한 에버트센호가 70년이 지나 네덜란드 최신예 호위함으로 거듭나 30일 한국 부산 해군기지를 찾았다.
함장인 릭 옹에링 중령은 한국과 네덜란드 간 국방 및 방산 협력에 기여하게 돼 영광이라면서 올해 한국-네덜란드 수교 60주년을 맞아 높아진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과거와 비교 불가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해군 함정으로는 20여년만의 방한이다. 어떤 계기로 방문한 것인가?
▶영국 항모기동전단(CSG-21)의 일원으로 온 것이다. 5월 출항해 7개월간 2만6000해리의 항해 여정으로 동북아에 전개했다. 지중해, 흑해, 수에즈 운하, 인도양, 남중국해를 지나왔다. 네덜란드 해군으로는 20여년만의 방문이지만, 2015년 한국의 해군 순양훈련전단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 입항해 교류한 적이 있다. 양국은 아덴만에서도 함정간 교류를 하고 있다.
-긴 항해에 피곤하시진 않나. 에버트센호와 이번 훈련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한국으로 오기 전 괌에서 잠시 정박할 기회가 있었기에 괜찮다. 본 함정은 방공능력에 특화된 드 제이번 프로빈시언 (De Zeven Provinciën)급 4번함이다.
네덜란드 다멘 조선소에서 2003년 건조되어 2005년 취역했다. 총 180명의 승조원이 탑승하고 만재 기준 6050t 규모로, 네덜란드 해군에서 가장 큰 호위함이다. 우리 함선에서 운용하는 SMART-L MM/N 레이더는 2,000km에서 탄도미사일 탐지가 가능하며, APAR 레이더는 400km내 표적 추적이 가능하다.
네덜란드 동급함은 이런 능력을 활용해 5월 미해군과의 훈련을 통해 탄도미사일을 탐지했고, 해당 표적정보를 활용해서 미군 함정이 SM-3 미사일로 요격한 바 있다. 네덜란드 해군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능동 미사일 방어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한영 해군연합훈련에서는 항모기동전단 차원의 훈련과 다양한 지역 전개, 영미 해군 F-35B와 연계 훈련을 한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네덜란드 전함과 이름이 같다. 어떤 역사가 있나.
▶에버트센은 17세기 해상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던 영국과의 전쟁에서 네덜란드 해군을 이끌던 제독 형제들의 이름이다. 71년전인 1950년 한국전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 주둔 네덜란드 구축함인 에버트센을 한국으로 보낸 것이다.
전쟁 발발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에 도착하게된 네덜란드 해군은 서해안을 따라 남하하는 적 해안봉쇄 및 인천 일원의 적 시설에 대한 포격 등 육상지원 임무를 수행했다. 1951년 4월 반 가렌 (Van Galen)함과 임무를 교대했다.
당시 네덜란드군은 총 5322명이 참전해 120명이 전사했다. 전사자 중에는 해군도 있었다. 대부분의 전사자들이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잠들어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함께 했던 전우들과 마지막을 함께하고자 이곳에 묻히길 희망하는 참전용사들이 있다. 그래서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치되는 네덜란드 참전 군인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국민들께서 네덜란드 참전용사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한국전 이전에는 17세기에 한국에 도착한 하멜(Hendrik Hamel)과 최초의 서양 귀화인 박연(얀 벨테브레: Jan Jansz Weltevree)이 네덜란드인이다. 들어본 적이 있나.
▶17세기는 네덜란드의 국력이 가장 강성했던 대항해시대다. 네덜란드의 많은 젊은이들이 배를 타고 전세계를 누비던 시기였다. 당시 네덜란드인들이 한국과 이런 인연이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두 사람 모두 한국에 의도치 않게 도착했으나, 한 사람(박연)은 한국에 남아 당시 조선의 군사 훈련교관이 되었다. 그는 여러 전투에서 네덜란드 동료들과 한국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다른 한 명(하멜)은 네덜란드로 돌아가서 한국에 대한 책(하멜표류기)을 써서 한국을 세상에 알렸다. 이러한 조상들의 업적이 매우 자랑스럽다.
또한 2002년 한국을 월드컵 4강으로 이끈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인이다. 이렇게 양국간 의미 있는 기억을 공유할 수 있어 양국 우호관계에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올해는 한국과 네덜란드 수고 60주년이다. 양국 국방 및 방산협력의 현주소는.
▶에버트센함의 방문은 국제적 규범을 바탕으로 한 국제질서를 지지하는 두 나라의 관계를 확인시켜준다. 또한 인도태평양 지역은 경제학적, 지정학적으로 네덜란드와 더욱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네덜란드는 최근 '인도태평양 아시아 파트너와의 네덜란드 및 EU 협력강화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이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60년이 생의 주기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들었다. 60년간 양국간의 관계는 성장을 지나 성숙의 단계에 올라섰다.
이제 새로운 60년은 새 시대적 요구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기대한다.
60년전과 지금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은 비교 불가하다. 지금까지 한국이 지역 안보 유지에 보여준 노력과 성과에 대해서 감사를 표한다.
경제적으로도 한국은 네덜란드에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무역상대국이다. 또한 한국은 자유와 인권, 민주적 가치를 수호하는 국제사회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한국은 네덜란드에 매우 중요한 파트너다. 우리가 긴 항해를 통해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한국 지역안보에 협력하고자 하는 네덜란드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양국간 국방협력은 어느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나.
▶한국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놀라운 성장을 보여줬다. 지금은 반도체 등 다양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네덜란드의 중요한 파트너다. 7월에는 양국 정상간 화상회의를 통해 기술혁신, 에너지 분야 등 다양한 협력이 협의되었다.
국방에서도 이미 양국간 많은 협력이 진행 중이다. 함선에 가장 중요한 기술인 레이더나 근접방어무기체계(CIWS)는 한국 해군이 모두 네덜란드 기술을 도입해 쓰고 있다. 최근에는 이를 기반으로 한국 독자 시스템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고 들었다.
10월에 있을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에도 네덜란드 군 고위인사들이 방문할 예정이다. 한국의 우수한 기술 역시 전력을 강화하고 있는 네덜란드와 유럽 군에 기여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한국 군과 국민들에게 한마디.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항상 잊지 않고 계신 데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싶다. 또한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입항 절차와 정박에 도움을 준 한국군과 부산해군기지 측에 감사드린다. 코로나19를 잘 극복하고 일상으로 복귀하길 기원한다.
앞으로 꼭 한국을 방문해 유엔추모공원과 횡성의 네덜란드 전적비를 방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