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스 전 사령관 “북한은 변화 중…경제 최우선”
“한미, 김정은 원하는 것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야”
'인도적 지원→ 종전협정→ 경제지원→ 평화협정'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북한을 미국의 동맹체제에 편입시키자고 주장하고 나서 주목된다.
현상 유지에 집착하는 미국 주류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고, 중국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공동으로 29일(현지시간)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북한과의 대국적 합의'(A Grand Bargain with North Korea)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기고문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아버지 시대의 구호인 '선군정치' 대신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채택했다면서 이로써 망가진 북한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또 북한이 지난해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화성-16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선보였지만, 미국에 대한 적대적인 슬로건을 내걸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2018년 9월 열병식에서는 '미국 제국주의자들을 쳐부수어야 한다'는 문구를 내걸었는데, 그때와는 북한이 매우 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북한이 순항 미사일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라기보다는 자체 방어훈련 목적이 강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경제 안보가 북한의 최우선 과제"라고 지목하면서 "자국 경제 안보의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는 미국과의 대화 여지를 남겨 두기 위해 군사적 움직임에는 매우 신중하다"고 썼다.
▶브룩스 전 사령관 "북한은 변화 중…경제 최우선"=사령관은 "이러한 북한의 변화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에게는 기회"라면서 "두 정상은 북한 경제 위기의 해결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정상은 북한 경제 위기 해결을 통해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진전을 이뤄낼 수 있고 이와 더불어 북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렇게 되면 북한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편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이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철통 같은 한미동맹을 들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은 동맹을 더욱 단단히 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대북정책을 펴 북한이 한미간의 균열을 이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주한미군의 훈련이 자유롭게 이뤄져야 하는데, 한국 내 정치 갈등을 계기로 이 분야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최근에는 이러한 정치적 영향이 점차 줄고 있다고 했다.
그는 5월 한미정상회담이 한미동맹 강화의 좋은 계기였다면서 백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협력 등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은 여전히 한미동맹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도 했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배치에 대해 경제보복으로 대응했다며, 앞으로도 한미관계가 밀착될수록 중국의 방해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령관은 "한미 두 정상은 이런 식의 새로운 압력에 대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며 "한미동맹은 더 이상 외부 군사공격에 대응하는데 그치지 않고 중국이나 러시아 등의 경제압박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내년 5월에 있을 한국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한미동맹은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 시절 한미동맹이 약화한 이유는 안보를 정치화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드 문제,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 유사시 전술핵 배치 문제 등이 모두 한국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라면서 선거를 앞두고 안보 문제가 포퓰리즘적 정치 구호에 취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브룩스 "한미 정상, 김정은 가장 원하는 것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야"=그는 강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미는 김정은 위원장이 가장 바라는 길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미 정상은 '전략적 신중(Strategic Deliberateness)' 정책을 취해 북한에 접근해야 한다면서 먼저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에 따르면, 한미는 대화 의사를 보인 북한에 인도적, 의료적 구호를 통해 즉시 지원에 나서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유엔이 주도하는 지원 형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공동 결의문을 채택하고, 2018년 도출된 남북군사합의를 진행시켜야 한다.
이어서 한미는 종전협정 등의 형식으로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고, 이러한 조치는 향후 한반도 전체 정치 지형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신뢰가 형성되면 북한 비핵화는 물론 북한도 원하는 안보 분야의 일괄 합의도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후에는 현재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상황도 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 다음에는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단계를 거쳐 한미가 북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 방법으로는 미국이 북한 인프라 개발에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이나 한미 경제협정 체결 방식 등이 거론됐다.
▶'인도적 지원→ 종전협정→ 경제지원→ 평화협정' 구상=사령관은 이러한 대북 경제지원은 북한의 중국 의존도를 낮출 것이며, 한국은 대북 투자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이렇게 얻어진 경제적 혜택은 한미가 나눠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음으로는 한미가 북한과의 군사적 관계도 정상화해 함께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등을 막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렇게 남북간 군사갈등이 완화되면 유엔군사령부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다음 단계는 평화협정 단계이다. 북한 비핵화가 이뤄지고 남북의 군사적 갈등이 해소되면 평화협정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평화협정을 넘어 북한을 한미동맹이 주도하는 질서로 편입시키는 것이다.
한국이 북한의 주요 교역국이 되고, 미국이 북한의 두 번째 교역국이 되어 북한의 경제 발전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되면 동북아에 새로운 경제 질서가 탄생하고, 수백만명의 삶의 질이 개선되며, 북한이 국제 질서에 따라 비핵화를 실행해 군사적으로 영구적인 평화 계획이 이뤄진다고 전망했다.
또한 중국이 한미 주도의 이러한 질서를 넘어 쉽게 북한 경제를 독점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