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성장에 따라 거주 면적 확대 필요

큰 평수 갈아타려 하니 양도세·취득세로 몇 억원 내야

면적별 가격차 커져…답은 ‘전세 주고 전세 가기’뿐

전세가격도 양극화…전세의 월세화로 매물도 적어

“전세 주고 전세 갑니다”…거래세 부담에 1주택자도 발 묶였다 [부동산360]
‘다주택자를 규제하겠다’는 취지로 전개된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1주택자의 거주 이전 자유마저 제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송파구 오금동 일대 아파트단지.(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 없음)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는 25평입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인 신혼부부 때 입주해서 약 7년째 살고 있습니다. 내후년에 아이가 초등학교를 가고 그래서 30평대로 넓혀가려고 하는데 같은 아파트 34평형으로 갈아타기가 너무나 어려운 상황입니다. 가격 차이도 훨씬 더 벌어졌고, 기존 25평 양도세에 34평 취등록세만 해도 몇 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서울 서초구 서초동 주민 A씨)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각자의 필요와 선호에 따라 이사를 가고 싶은 1주택자들도 발이 묶였다. 최근 집값이 크게 뛴 데다 양도세와 취득세 부담이 커진 탓이다. 이 때문에 기존 집을 전세 주고 본인은 인근 지역의 큰 평수 전셋집을 알아보는 일 등이 늘어나고 있다.

서초구 서초동의 구축 소형 아파트에 사는 A씨는 “큰 평수 아파트로 가려면 기존 집을 매도하고도 추가로 몇 억원이 더 필요한데 주택담보대출도 안 나오고 양도세·취등록세까지 빼면 그 차이가 상상 이상으로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 아파트를 쉽사리 매도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이 집은 전세를 주고 경기도 분당 등지의 큰 평수 아파트로 전셋집을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동작구 상도동 아파트 전용 59㎡에 식구 3명이 살고 있는 B씨도 올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B씨는 “아파트 가격이 1년6개월 만에 4억원대에서 7억원대가 됐지만 전혀 기쁘지가 않다”면서 “상급지 아파트는 훨씬 더 올랐고 같은 단지 30평대 아파트는 9억원이 넘어버려 주거사다리가 끊긴 느낌”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지금 팔았다가는 시간이 더 지난 뒤엔 비슷한 조건의 아파트도 못 살 수 있고, 또 지금처럼 양도세·취득세를 벌금처럼 내야 한다면 결국은 전세 주고 전세 가는 게 답”이라고 말했다.

통계상으로도 인기 지역 소재, 넓은 면적 아파트로의 매도·매수 갈아타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추세다.

“전세 주고 전세 갑니다”…거래세 부담에 1주택자도 발 묶였다 [부동산360]

전국 아파트 가격 상위 20%의 가격과 하위 20% 가격의 비율인 ‘5분위 배율’은 2017년 5월 4.7배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올랐다.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은 8.82배를 기록했다. 하위 20% 가격은 1억1978만원이었고, 상위 20% 가격은 10억5699만원을 나타냈다.

소형 아파트(60㎡ 이하)와 중소형 아파트(60㎡ 초과~85㎡ 이하) 사이의 가격 격차(일명 갭)도 점점 커지고 있다. KB 통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맷값과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맷값의 격차는 2019년 1월 기준 1억3837만원이었지만 2020년 1월 1억5852만원을 거쳐 2021년 1월에는 1억9939만원으로 커졌다. 2021년 6월에는 2억1493만원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전세를 주고 전세를 가겠다는 계획도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평균 주택 전세 가격과 5분위 배율 역시 6월 7.1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위 20% 주택의 평균 전세 가격이 6억2427만원을 넘어선 반면 하위 20% 주택 전세 가격은 8739만원에 불과했다.

한 현직 공인중개사는 “‘전세 주고 전세 살겠다’는 계획도 자금 사정을 고려하면 현재 보유한 집보다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급지’가 낮은 지역으로만 이동할 수 있다”면서 “게다가 임대차보호법 등 정부 정책으로 전세가 점점 사라지고 월세가 늘어나고 있어서 자금 조건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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