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무기 개발에 미 기술 이용
미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실패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국이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시험에 실패한 가운데 중국이 미국 기술을 이용해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중 갈등이 무역분야에서 전 분야로 확장될 조짐 속에 두 나라의 전략무기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있어 중국, 러시아가 앞서고 미국은 이들 뒤를 따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2014년, 러시아는 2016년 극초음속 미사일을 처음 시험했다.
러시아는 극초음속 미사일 '아반가르드'에 핵탄두를 탑재하고 'SS-19' 대륙간탄도미사일에서 발사하는 시험에 성공했고, 2019년 12월 실전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극초음속 미사일인 둥펑-ZF를 2014년 이후 최소 9번 시험했다.
미 북부사령부 사령관은 지난해 2월 중국이 러시아와 유사하게 대륙간미사일(ICBM) 범위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하고 있다면서 저고도에 고속이어서 미국의 대응 능력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수년 내 배치를 목표로 육상과 전함, 폭격기에 탑재할 수 있는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현존하는 요격 무기로 방어가 불가능해 미래 전쟁의 판도를 뒤바꿀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현존 미사일은 크게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 2가지로 나뉜다.
탄도미사일은 속도가 마하 7~8수준으로 엄청나게 빠른 반면, 목표물에 대한 정밀타격이 어려워 핵탄두를 장착할 때 그 파괴력이 최고조에 달한다. 순항미사일은 속도가 마하 1~2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목표물 정밀타격이 가능해 주요 요인이나 거점 정밀타격에 활용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국제연합(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통해 금지하고 있을 정도로 탄도미사일 발사는 주변국에 위협적이다. 이를 막기 위해 한반도 상공에는 10~20㎞의 저고도는 미국산 패트리엇, 국산 M-SAM 등의 요격미사일이 배치돼 있다.
◆중국, 신무기 개발에 미 기술 이용=또 50~150㎞의 고고도 상공은 주한미군의 사드가 담당한다. 이로써 주한미군은 패트리엇과 사드로 2중 요격망, 한국군은 패트리엇과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M-SAM으로 2중 요격망을 구성한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연합전력상으로는 한반도 상공에 패트리엇, M-SAM, 사드 등 3중망이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일부 미 해군 함정에서는 해상요격용 장거리미사일 SM-3이 탑재되는데, 이 미사일은 150~500㎞의 초고고도 영역을 커버한다. 이를 활용해 미군은 패트리엇·사드·SM-3으로 이어지는 3중망을 형성하기도 한다. 우리 해군 이지스함 또한 향후 SM-3 탑재를 추진 중이다.
사드와 SM-3의 속도는 마하 7~8 수준인데, 속도가 최대 마하 20 이상인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은 공동으로 속도 마하 15를 낼 수 있는 SM-3 개량형(블록 2A) 개발에 착수해 순항하고 있다. 미 미사일방어청(MDA)은 지난해 11월 이 블록 2A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블록 2A가 실전 배치되기 전까지 당분간 극초음속 미사일은 사실상 무적의 무기로 군림할 전망이다.
마하 20의 극초음속 미사일이면 세계 어디든 10분 내에 타격할 수 있다.
현존하는 무기 중 핵탄두와 극초음속 미사일의 조합은 세계 어떤 무기로도 제지할 수 없는 공격무기의 끝판왕인 셈이다. 전략폭격기, 스텔스전투기, 핵탄두 탑재 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등의 이른바 '전략무기' 리스트에 극초음속 미사일이 이름을 올릴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은 전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오늘날 치열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익명의 전직 미 정부 당국자들과 애널리스트 등을 인용, 중국이 미국 기술을 이용해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 쓰촨(四川)성 몐양(綿陽)에 있는 중국공기동력연구개발센터(CARDC)가 현재 극초음속 무기 관련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CARDC는 중국인민해방군이 운영하는 연구기관이다.
이 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려면 시뮬레이션을 담당하는 슈퍼컴퓨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CARDC가 자체 개발한 슈퍼컴퓨터에는 '파이티움 테크놀로지'라는 중국 반도체업체 칩이 사용된다.
파이티움이 미국 반도체 기술을 활용해 만든 칩이라는 게 WP의 설명이다.
실리콘밸리에 소재한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스', '시놉시스' 등 소프트웨어 업체가 파이티움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2014년 톈진시 정부, 국영 중국전자정보산업그룹(CEC), 중국인민해방군국방과기대학(NUDT)의 합작 벤처로 탄생한 파이티움은 군과 밀접하게 연계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 인도태평양 지역 관련 싱크탱크 '프로젝트 2049 연구소'의 에릭 리 연구원은 "파이티움은 독립적인 민간기업인 것처럼 행동하는데, 임원들 대다수는 NUDT 출신인 전직 중국군 장교들"이라고 설명했다.
파이티움은 미국의 제재 대상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전직 미 당국자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가 파이티움 등에 미국 기술이 흘러가지 못하도록 제재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기술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이 중국에 각종 제재를 부과했지만, 결국 파이티움을 통해 중국군이 미국 반도체 기술을 접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WP는 "미국 기업은 (파이티움 등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를 취하면 자기들이 손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중국군의 발전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앞서 이달 미 공군은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시험을 했지만 실패했다.
미 공군은 5일 캘리포니아주 에드워즈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B-52H 폭격기를 통해 공중발사 극초음속 미사일인 'AGM-183A ARRW'를 시험 발사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미 공군은 "이 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순서를 모두 이행하지 못했다"면서 "미사일은 폭격기와 함께 다시 공군기지로 돌아와 안전하게 보관됐다"고 밝혔다.
◆미 공군,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실패=무기 개발을 담당한 히스 콜린스 준장은 "발사되지 못한 것은 실망스럽지만 이번 시험은 계속 전진하기 위한 귀중한 정보를 제공했다"며 "이것이 시험을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AGM-183A ARRW'는 최대속도 마하 20의 극초음속으로 가속한 후 탄두를 분리하면 무동력으로 표적을 향해 활공한다.
불과 10분 이내에 지구상 모든 표적을 적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에 식별되지 않고 타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하는 B-1B 전략폭격기에 30발 안팎을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지난해 폭격기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테스트를 위해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JASSM·재즘)을 대신 장착해 발사에 성공, 탑재 가능성을 열었다.
이번 시험은 이 미사일이 극초음속을 달성할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준비된 것이었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이번 실패는 글로벌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중국, 러시아와 극초음속 무기 개발 경쟁에 관여한 미국 입장에선 차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