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사 크래프톤이 파격적으로 개발직군 연봉 2000만원 일괄 인상을 전격 발표하면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2000만원 인상이 전례 없는 규모인데다, 팀 단위 대이동이 잦은 업계 특성상 인력 대이동의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25일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25일 사내 소통 프로그램인 '크래프톤 라이브 토크'를 통해 경영방침을 발표 하면서 올해 개발직군 연봉 2000만원, 비개발직군 연봉 1500만원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신입 대졸 초임의 경우 연봉 6000만원, 5000만원으로 각각 책정해 게임업계 최상위 수준의 기본급 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게임업계 연봉 인상은 넥슨이 전직원 연봉 800만원 인상을 알리면서 시작됐다. 이후 넷마블, 컴투스, 게임빌이 잇달아 800만원씩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는 다음 타자로 엔씨소프트를 주목하고 있다.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중 아직 연봉 인상 규모를 발표하지 않은데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넘는 호실적을 기록해 여력도 갖췄기 때문이다. ‘택진이형’으로 불리는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한해 10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연봉킹이다.
크래프톤의 연봉 인상 폭은 파격적이다. 수치상 앞선 경쟁사들의 인상폭 800만원보다 2.5배가 높다. 개발자직군은 초봉 6000만원이 되면서, 넥슨의 개발직군 초봉 5000만원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앞서 1000만원 수준을 올리는 경우는 있었지만, 단숨에 2000만원은 굉장히 파격적인 수준”이라고 평했다. 3월~4월 사이 연봉협상이 마무리 될 엔씨소프트의 경우 현재 개발자 초임 연봉 4000만원 수준이다.
개발자 직군을 중심으로 크래프톤 발(發) 인력 이동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의 중소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 중소게임업 관계자는 “우수한 개발자는 팀 단위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데, 한 프로젝트가 통째로 날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직이 잦은 게임업계는 그룹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3’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당시 박용현 전 실장을 필두로 개발진이 블루홀스튜디오(현 크래프톤)로 이동해 경쟁작 ‘테라'를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당장 신입채용을 앞둔 3N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2018년 이후 3년만에 공개채용에 나선 넥슨은 초봉 5000만원 수준이지만, 크래프톤은 6000만원이다. 크래프톤도 올해 세자리수 채용 계획을 밝혔다. 엔씨소프트의 인상폭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젊은 개발자들이 크래프톤으로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엔 엔씨의 기본급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었지만, 크래프톤이 일괄 2000만원을 인상하면서 숙련 개발자들로서도 유인책이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연봉 인상 잔치’를 두고 한편에서는 쏠림 현상 우려도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5~6년 전부터 고착화된 3N 중심의 쏠림이 더 강해질 것”이라며 “인디개발이나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업체들은 제대로 된 연봉을 맞추기 더 힘들어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선호되면서 게임업계가 수혜를 누렸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중소게임업체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