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동영상 서비스 법제도 연구회 개최
-유럽식 OTT 콘텐츠 쿼터제 첫 논의
-EU OTT서비스에 자국 콘텐츠 비율 30%로 규정
-넷플릭스 지난해 12월 국내 OTT 사용자 42% 차지
-연간 결제액 51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8% 증가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넷플릭스가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을 절반 가까이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OTT 콘텐츠 의무 편성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자국 OTT 콘텐츠 비율을 30%로 강제한 유럽처럼 국내도 이를 도입할 경우 해외 콘텐츠 비중이 제한될 수밖에 없어, 넷플릭스 독주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5일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인터넷동영상 서비스 법제도 연구회’ 3차 회의를 개최했다. OTT 저작권·저작인접권 관련 이슈와 함께 특히 유럽의 콘텐츠 쿼터제 제도화 현황 등이 논의됐다. 지난해 7월 연구회 발족 후 콘텐츠 쿼터제가 다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OTT 콘텐츠 쿼터제가 정부 논의 테이블에 처음 올라온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학계, 산업계, 연구기관, 정부 등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해 유럽의 OTT 콘텐츠 쿼터제에 대한 연구와 찬반 토론을 펼쳤다. 티빙, 시즌, 웨이브, 왓챠 등과 함께 넷플릭스 등 주요 OTT 사업자도 대부분 참석했다.
앞서 유럽연합(EU)은 2018년 말 넷플릭스, 아마존프라임 등 미국 OTT 플랫폼에 맞서 EU시청각서비스지침서를 개정했다. 여기에는 해외 OTT 사업자에게 유럽 저작물을 의무 제공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문화적 다양성 보호를 이유로 자국 콘텐츠 의무 편성 비율을 30%로 규정했다.
이는 극장에서 특정 영화를 정한 비율 만큼 상영하도록 하는 스크린 쿼터제와 유사하다. 국내도 1966년 스크린 쿼터제 법제화 후 현재 연간 국내 영화 상영일 수를 73일로 규정하고 있다.
학계서는 글로벌 사업자 독주에 따른 국내 OTT 플랫폼 존속을 위해 콘텐츠 쿼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앞서 ‘2020 방송미디어 법제도 포럼’에서도 “넷플릭스 등 미국 OTT 플랫폼에 맞선 유럽연합의 모델을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며 “정부는 글로벌 OTT를 규제하는 동시 국내 사업자는 협업을 통한 대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안드로이드·애플 이용자 대상 OTT 앱 월 활성 이용자 수(MAU) 조사 결과, 넷플릭스가 가장 높은 758만명을 기록했다. 토종 서비스 웨이브(269만 명), 티빙(237만 명), U+모바일tv(226만 명), 왓챠(164만 명), 시즌(146만 명) 등을 압도했다. 월간 1800만 명 사용자 중 넷플릭스 비중은 42%에 달한다.
나아가 넷플릭스의 지난해 국내 결제금액은 5173억원으로 전년 2483억원 대비 108%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결제 금액은 587억원으로 월별 기준 역대 최대 금액이다. 이를 바탕으로 추정한 유료 결제자 수는 총 410만명으로 사상 최대 수준에 달했다.
이처럼 넷플릭스가 국내서 승승장구 하는 가운데 콘텐츠 쿼터제가 실제 도입되면 당장 넷플릭스 서비스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도 서비스 중이지만 차별화된 해외 콘텐츠로 더욱 영향력을 키워 왔다. 토종 OTT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글로벌 콘텐츠로 가입자를 확보하며 격차를 벌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 국내 콘텐츠를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서비스 할 경우 넷플릭스의 이 같은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는 셈이다. 넷플릭스 측은 “아직까지 한국 콘텐츠 비중을 발표한 바 없고 이를 공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OTT 공룡’ 디즈니플러스도 국내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있어 콘텐츠 쿼터제 도입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망 사용료 등 역차별 시장에서 국내 사업자들이 고전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사업자 독주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넷플릭스는 이날 콘텐츠 로드쇼 ‘See What’s Next Korea 2021’을 개최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에게 한국 콘텐츠를 소개하고 김민영 한국 및 아시아 지역 콘텐츠 담당 총괄 등 넷플릭스 임원과 제작진, 배우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