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음식이 이미 나왔는데 사장님이 조리 예상시간이 아직 남았다며 12분 이따 가져가래요. 예상 조리시간보다 빨리 픽업하면 치타배달 평점에 영향이 있다는데, 진짜인가요?”(배달 라이더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조리시간 정확도 100%였는데 제가 조리 완료 누르기 전에 배달 기사가 픽업완료를 눌러서 98%로 떨어졌어요. 그래서 지금 고객센터와 싸우고 있네요.”(자영업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자영업자와 배달 라이더들 사이에는 지난 1년동안 떠도는 쿠팡이츠 소문이 있다. 음식을 예상보다 빨리 조리해도 가맹점에게 패널티를 준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이다. 가게 점주가 주문을 받고 입력한 ‘예상 조리시간’에 최대한 맞춰 ‘조리완료’ 버튼을 눌러야지만 좋은 평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배달 라이더와 점주간 갈등도 야기하고 있다. 포장된 음식을 라이더가 가져가지 못하게 하거나, 픽업완료 버튼을 미리 누르지 말아달라는 안내문을 붙인 사례도 등장했다.
자영업자 관련 커뮤니티와 배달 라이더 커뮤니티에는 종종 쿠팡이츠의 ‘치타배달’ 배지 평점 제도에 관한 문의글이 올라온다.
좋은 치타배달 평점을 받기 위해서는 예상 조리 시간에 맞춰 조리완료 버튼을 눌러야한다거나, 배달기사가 픽업완료 버튼을 먼저 누르지 않도록 주의를 줘야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조리시간 정확도 또한 평가 기준 중 하나이므로, 음식이 예상시간 보다 너무 빨리 나와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점주들이 많다.
‘치타배달’ 배지란 쿠팡이츠 내부 기준에 따라 선정된 매장에만 수여되는 일종의 우수 가맹점 인증제도다. 레벨 1~3으로 운영되며 등급이 올라갈수록 더 넓은 반경의 고객들에게 노출된다. 배달 시장이 치열해지면서 자영업자들은 치타배달 배지 유지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심지어 치타배달 평점이 깎일 것을 우려해 음식이 나왔는데도 점주가 라이더에게 음식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 라이더는 지난달 24일 배달 관련 커뮤니티에 음식이 나왔는데도 대기하는 경험을 겪었다며 글을 올렸다. 그는 “배달할 음식이 나와있어서 물어보니 사장님이 ‘조리완료시간 12분 남아서 기다려야한다’고 했다”며 “음식이 식고 있다고 항의해도 ‘조리완료를 빨리 누르면 치타배달 평점이 깎인다’며 기다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리시간이 남은 상태에서 픽업하면 치타 평점에 영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해당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2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치타배달 평가와 조리시간 정확도는 전혀 무관하다”며 “수락률, 조리시간, 고객 평점 이렇게 3가지 카테고리로만 평가된다”고 말했다.
평가 기준 중 하나인 조리시간은, 정해진 기간 내 평균 조리 시간이 어느정도 이상이면 충족되는 것으로 예상 조리시간과의 정확도와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점주가 조리완료 전에 배달기사가 픽업완료 버튼을 누른다해도 불이익이 주어지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픽업완료 버튼이 먼저 눌러질 경우에는 조리완료 시간이 픽업완료 시간과 동일하게 처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12월 치타배달 배지가 출시된 후 이런 소문은 1년 가까이 이어져왔다. 가맹점주들은 현장 영업사원의 무지함과 고객센터의 미숙한 대응이 장기간 부정확한 정보를 확산시켰다고 지적했다.
쿠팡이츠를 이용하는 자영업자 A씨는 “영업사원과 상담할때 분명히 예상 조리시간에 최대한 맞춰서 조리완료를 누르는게 좋다고 들었다”며 “이후 뭐가 맞는지 몰라 고객센터에 물어봤지만 상담사마다 답변이 달랐다”고 말했다.
다른 자영업다 B씨도 “고객센터에 문의할 때마다 연결이 안되거나 명확한 답변을 피할 경우가 많았다”며 “비슷한 질문이 1년간 이어져 왔을텐데 이를 방치한 쿠팡이츠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