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방장관 “중국, 남중국해 ADIZ 설치 초읽기”

중국 구단선 발표에 주변국들 우려…맥주 상표 출시도

[김수한의 리썰웨펀]남중국해 둘러싼 분쟁과 돈벌이…베트남 맥주업체 돈방석
대만 공군 소속 정비사가 26일 타이난 공군기지에서 대만산 전투기 IDF(경국: 현지발음 칭쿠오)호를 수리하고 있다.[로이터]
[김수한의 리썰웨펀]남중국해 둘러싼 분쟁과 돈벌이…베트남 맥주업체 돈방석
대만산 전투기 IDF가 26일 타이난 공군기지 인근 상공에서 공중 훈련을 하고 있다.[EPA]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중국군이 지난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예고한 가운데 중국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연일 침범하는 등 미-중과 중국-대만의 양안 간에 긴장이 격화되고 있다.

반면, 남중국해를 둘러싼 이해관계의 중심에 있는 베트남에서는 남중국해의 분쟁 지역 이름을 딴 맥주를 출시해 국민들로부터 어마어마한 지지를 받으며 돈방석에 앉았다.

중국 광둥 해사국은 27일부터 30일까지 남중국해 레이저우 반도 인근 해역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중국군이 미국과 팽팽한 긴장이 유지되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훈련을 예고한 것은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앞서 중국은 지난 23일과 24일 전투기 13대와 15대를 대만해협에 투입,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그 후 이 훈련은 미군 항공모함이 남중국해에 진입한 데 따른 대응 조치였다고 중국 군사 전문가들은 논평했다.

중국의 남중국해 출격 및 대만 ADIZ 침범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27일 전날 젠(殲·J)-10 전투기 2대, 윈(運·Y)-8 대잠초계기 1대, 윈-8 전자전기 1대 등 중국 군용기 4대가 서남부 ADIZ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어 중국 군용기가 각기 다른 세 곳의 방향에서 ADIZ에 진입해 초계기의 긴급 대응 및 경고 방송 등으로 격퇴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군용기의 ADIZ 진입은 이달 들어 22일째 계속되고 있어 대만 당국은 중국의 ADIZ 진입에 대해 떠보기의 성격을 갖는다고 풀이했다. 옌더파 대만 국방부장(장관)은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설치하기 위한 준비 단계라면서 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대만 국방장관 "중국, 남중국해 ADIZ 설치 초읽기"=대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만 언론 자유시보에 1~2대의 중국 군용기가 대만 ADIZ에 진입하던 이전과 달리 최근 여러 종류의 군용기가 진입하는 것은 대만에 대한 무력 위협의 강도를 점차 높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작전반경이 900km에 달하는 대만 공군의 최신형 F-16V가 배치되면 전자전 능력이 떨어지는 중국군의 전투기는 더는 대만 공역에 진입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은 중국의 ADIZ 침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 가까운 대만령 펑후섬 기지에 건물을 신축, 요새화할 계획이다.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대만 공군은 전날 톈쥐(天駒) 부대가 배치된 펑후의 마궁(馬公) 기지와 남부 핑둥(屛東) 어롼비(鵝鑾鼻) 레이더 기지의 신축 등에 나섰다. 신문은 이 조치를 중국 군용기의 감시와 대응 등을 위한 전력 강화의 일환으로 풀이했다.

대만 국방부가 공군에 대만해협 중간선이나 서남부 ADIZ에 진입하는 중국 군용기를 요격하는 임무를 맡은 톈쥐 부대를 이전과 달리 1년 내내 상주 배치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한 관계자는 8억여 대만달러(약 314억8000만원)를 투입한 전투기 격납고 건설 외에 대만 최남단의 해역과 공역을 감시하는 어롼비 레이더 기지의 부속 건물 개축에 나섰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남부 타이난(台南)의 제3 전술 전투기연대 산하 국산 전투기 IDF(경국호)가 마궁 기지에 주둔하고 있지만, 향후 중부 타이중(台中) 칭취안강(清泉崗)의 제3 전술 전투기연대의 F-16이 그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의 한 맥주 업체는 남중국해에서 중국 등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호앙사(파라셀·중국명 시사)·쯔엉사(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 군도를 상표로 신제품을 출시해 인기몰이하고 있다.

베트남 일간 뚜오이째에 따르면 현지 수제 맥주 업체인 '시파러 프리미엄 비어'는 최근 애국심 고취와 해당 도서에 대한 베트남의 영유권을 주장하려고 호앙사 스페셜과 쯔엉사 스페셜이라는 신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그러자 3000배럴(약 47만6000ℓ)에 가까운 맥주 주문이 쇄도해 설 전까지 주문량을 모두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에 있는 베트남인들의 관심도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대표인 쩐 송 하이는 "미국과 일본, 프랑스에 있는 많은 기업인과 해당 국가에 우리 상품을 수출하는 절차와 통관 기준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한의 리썰웨펀]남중국해 둘러싼 분쟁과 돈벌이…베트남 맥주업체 돈방석
미 해군의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가 지난해 3월 베트남 다낭에 정박하고 있는 장면.[로이터]

◆중국 구단선 발표에 주변국들 강한 우려…맥주 상표 출시도=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면서 인공섬을 건설한 뒤 군사 기지화해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대만 등 인접국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베트남과의 갈등이 가장 첨예하다.

필리핀은 중국의 남중국해 구단선 주장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일간 필리핀 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지난 25일 "중국이 주권 국가로서 자기 관할권에 대한 법을 통과시킬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한 법들은 유엔해양법(UNCLOS)과 부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케 대변인은 또 "어떠한 국가도 서필리핀해(남중국해의 필리핀 명칭)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22일 해안경비대에 해양 관할권 침해를 막기 위해 모든 필요한 수단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라 해안경비대는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섬과 암초 등에 다른 나라가 건설한 구조물들을 파괴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5일 주한미군 기지에서 정찰기가 이륙, 남중국해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베이징대 해양연구원이 설립한 싱크탱크인 남중국해전략태세감지계획(SCSPI)이 웨이보를 통해 주한미군에 배치된 U-2S(드래건 레이디) 고공정찰기가 이날 오전 남중국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SCSPI는 또한 전날에는 미군의 P-8A 포세이돈 대잠초계기 4대와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1대, P-3C 정찰기 1대, CL-604 정찰기 1대, KC-135R 공중급유기 2대가 남중국해에서 포착됐다고 전했다.

SCSPI는 "미군 항공모함 루스벨스호가 남중국해에 있는 동안에는 모든 종류의 미군 항공기가 계속해서 강하게 활동할 것이라고 전망된다"고 밝혔다.

앞서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지난 23일 루스벨트호 항모전단이 남중국해에 진입해 훈련을 실시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루스벨트호가 '항행의 자유'를 확보하고 해상 안전을 증진하기 위해 해당 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