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창문 열어 보니 자전거가 아닌 오토바이? 응~ 신고.”
도보 혹은 자전거로 운송 수단을 등록해 놓고 실제로는 오토바이로 업무를 보는 ‘꼼수 배달 라이더’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른바 ‘도토바이(도보인 척하는 오토바이)’, ‘자토바이(자전거인 척하는 오토바이)’ 족(族)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배달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들어 나쁠 게 없어 보이지만, 배달업계에선 배달료를 높이는 주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배달 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도토바이와 자토바이, 심지어는 도동차(도보+자동차) 사례까지 생겨나 배달업 종사자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배달업 종사자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운행수단을 속이고 업무를 보는 이들을 적발해 플랫폼 측에 신고를 접수하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남겼다”는 인증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배달플랫폼은 이들 신고가 접수되고 사실이 확인되면 재발방지 서약서를 받거나 최대 계약해지 등 조치를 취한다. 이같은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는 수십미터 전에 내려 걸어온 척하는 배달 라이더를 발견했다는 후기가 공유되기도 했다.
신고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자토바이 꼼수를 쓰는 이유는 ‘콜 배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함이다. 배달 플랫폼업체들은 도보나 자전거 등 가벼운 운송수단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단거리 배달이 우선 배정되도록 하고 있다. 가까운 배달은 굳이 오토바이나 자동차에 맡기지 않고, 대신 거리가 먼 배달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부 오토바이 배달원이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등록은 도보로 해놓고 콜을 우선 배정받은 뒤 실제로는 오토바이로 배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콜 배정 측면 외에도 오토바이 배달로 등록하면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현재 배달의민족은 유상운송종합보험이나 시간제 보험, 요기요는 유상운송책임보험을 맺은 배달원에 한해 계약을 맺고 있다. 전업 배달업 종사자의 경우 1년에 많게는 200만원 이상 보험료를 내기도 한다.
문제는 이들 꼼수 배달 라이더들이 많아질수록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배달료도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언뜻 보면 도보나 자전거보다 오토바이로 배달받는 것이 음식 등의 보온성을 보다 잘 유지하고 시간도 단축할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 도보나 자전거를 이용해 배달업에 나선 이들의 몫을 줄어들게 하고 시장에 참여할 유인을 낮춘다. 배달플랫폼 관계자는 “그 결과 전체 배달업 종사자들의 수가 줄어들면, 배달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건당 배달료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도토바이나 자토바이 종사자들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오토바이 배달에 나서는 이들도 많아졌다는 의미다. 사고를 내고 배상 책임도 고스란히 짊어지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폭설 등으로 도로 사정이 악화됐을 경우에는 사고 위험 방지 등을 위해 도보 종사자들에게 보다 많은 수수료가 책정된다”며 “이에 도보를 가로채던 자토바이 배달원이 폭설로 인해 외제차를 들이받는 사고도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