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 강남 지역 배달 수수료를 올리면서 라이더들의 ‘강남 쏠림’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강남은 이미 ‘배달 천국’으로 불리며 타 지역 라이더들이 숙소를 구해 ‘원정 라이딩’도 불사하는 지역이다. 배달 수수료 인상으로 라이더들 사이 강남 인기도 치솟고 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 형제들은 최근 강남서초점과 송파강동점 배민라이더스를 대상으로 일반 배차 시 ‘번쩍 배달’을 시범도입했다. 45분 이내 배달 완료를 원칙으로 하며 단 건 배송만 가능하다. 대신 이날 강남 지역 저녁 피크타임 기준, 배달 수수료를 기존 1만원에서 1만 5000원대로 인상했다. 날씨 상황과 할증 등 고려 시 최대 2만원에 달한다. 쿠팡이츠 라이더 배달 수수료와 유사한 수준이다.
이는 배민의 ‘쿠팡이츠’ 견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1위’ 배민과 쿠팡이츠는 시장점유율 차이가 나지만, 강남 지역만 놓고 보면 쿠팡도 뒤지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쿠팡이츠의 강남 지역 점유율이 40%에 육박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배민이 쿠팡이츠의 강남 점유율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강남지역 수수료 인상으로, 라이더들의 쏠림 현상도 강화될 전망이다. 기업들과 음식점이 몰려 있는 강남은 배달 수요가 많아 ‘배달 천국’으로 불린다. 특히 타 지역 라이더들이 자취방을 구해가며 원정 배달도 불사하는 지역이다. 배달 라이더 커뮤니티에는 강남에 자취방 문의 글이 매일 1~2건씩 올라오고 있다. 초반엔 좀 고생을 해도 배달 건수 많은 강남에서 일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주로 ‘강남에서 배달을 시작하려는데 어느 지역에 숙소를 구하는 게 저렴하냐’, ‘생활비는 어느 정도 드느냐’는 내용이다.
강남에서 자취하는 라이더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은 강남 일대 원룸이나 고시원 혹은 인근 관악구 고시촌 등지다. 평균 월세가 50만원 안팎. 식비까지 고려하면 한달 지출이 100만원을 웃돌지만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과 체력을 생각하면 ‘남는 장사’라는 분위기다.
실제 전날 수익 인증게시판에 수입을 공개한 한 라이더는 지난 13일 하루 동안에만 쿠팡 25만원, 퀵 3건 17만원 등을 합해 총 42만원을 벌었다고 밝혔다. 쿠팡 배달만 놓고 보면 8~13일 사이 138만원 수입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 라이더는 강남 고시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배달을 한다고 소개했다.
다만 배달 라이더들의 밀집으로 배달비가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쿠팡이츠의 경우 배달 수요, 배달 라이더 수,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배달비를 탄력적으로 결정한다. 불과 지난해 여름만 하더라도 시급이 2만원 안팎에 달했지만, 최근 들어선 ‘폭설’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곤 12시간 근무시 시간당 1만5000원 가량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