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주식만 18조원 규모 보유
상속세 납부 위해 주식 매각 시 경영권 누수
지주회사 중심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
연부연납 제도 이용할 수도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이건희 삼성회장이 별세하면서 삼성그룹의 승계 문제가 큰 과제로 남겨졌다. 유족들이 이 회장이 보유중인 약 18조원 상당의 삼성 주식에 대한 상속세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그룹 주식은 시가로 18조원 규모다. 삼성전자 보통주 4.18%, 삼성전자 우선주 0.0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9%, 삼성 SDS 0.01%, 삼성라이온즈 2.5% 등이다.
이 주식을 유족들이 물려받기 위해서는 최고 상속세율 65%에 해당하는 약 10조원 내외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자산 대부분을 주식으로 보유한 유족들이 10조원 규모의 상속세를 당장 현금으로 내기는 어려워보인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 일부를 매각할 경우 이 부회장을 정점으로 한 삼성 지배구조에 틈이 생길 수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은 삼성물산이다. 이 회장 일가는 이재용 부회장이 가진 지분 17.48%에 그외 가족이 보유한 14.12%를 합쳐 삼성물산의 경영권을 소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지난 5월 이 부회장이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을 언급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체제 중심이 지배구조 개편으로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도 지배구조 개편을 촉진할 수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총 자산의 3%를 남겨두고 매각해야 한다. 이들 회사가 처분해야 하는 삼성전자 지분만 20조원(약 4억주) 이상이다.
상속세 연부연납 제도를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1차로 전체 상속세의 6분이 1 금액을 낸 뒤 나머지를 5년간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고(故) 구본무 선대 회장에게 물려 받은 재산에 대한 상속세 9215억원을 이 방식으로 내고 있다.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은 가장 큰 변수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 지분이 많았던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의 주가를 낮추는 등 부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이 부회장은 당시 합병이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합법적 활동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